[울산TP 통신]역사를 바꿀 5번째의 사과
[울산TP 통신]역사를 바꿀 5번째의 사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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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사과는 가장 오래된 과일이며 인간과 가장 친숙한 나무이기도 하다. 어쩌면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을 과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스피노자가 자신 있게 한 말로 “내일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믿거나 그의 신념이 이루어진다면 말이다.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발전에 사과는 사람과 같이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어 왔다. 아마 사람이 가장 많이 먹어본 과일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품종은 다르지만 재배가 이루어지는 과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과는 인류 역사를 잘 알고 그 비밀을 많이 간직한 채 개량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견강부회(牽强附會) 같지만 지금까지는 인류를 변화시킨 사과를 4개로 표현하기도 했다.

첫 번째 사과는 성경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뒤 에덴동산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열매 즉 선악과(善惡果)를 먹지 말라고 명했는데 이브의 유혹으로 아담이 먹게 되어 인간은 죄를 범하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원죄를 짓게 된다. 이때의 선악과를 사과로 묘사하면서 첫 번째 사과가 등장한다. 물론 선악과가 사과인지 무화과인지 정확한 과일 이름이 성경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오랫동안 서양에서는 사과로 표현되고 그렇게 인식되어 왔다. 이렇게 첫 번째 사과는 인간에게 원죄를 안겨주었다.

두 번째 사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사과이다. 여신도 질투가 있었는지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한 개의 황금사과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데 트로이의 왕자 패리스에게 심판을 맡기게 된다. 젊은 남자는 결국 미모의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고 약속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나를 소개하면서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랑을 하여 결국 트로이 전쟁까지 일으킨 사과이다. 사랑과 전쟁이 이 사과에서 시작되었다.

세 번째 사과는 14세기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을 때 게슬러라는 총독이 마을을 지나다가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빌헬름 텔과 그의 아들을 잡아 가두게 된다. 잔인한 제안으로 명사수인 빌헬름이 사랑하는 아들을 세워두고 머리에 사과를 얹어 놓아 활로 그 사과를 맞추면 둘 다 석방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결국 부자는 살았고 빌헬름 텔의 사과가 계기가 되어 스위스는 억압과 폭정, 그리고 비인권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인권과 자유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사과로 남게 되었다.

네 번째 사과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하게 된 뉴튼의 사과이다. 뉴튼이 캠브리지 대학 시절 유럽이 치명적 전염병인 페스트로 인해 휴교를 하게 되자 고향으로 돌아와 휴식과 사색을 하면서 자연과학과 현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때 사과나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게 되면서 뉴토니안 과학혁명을 가져오게 되었다. 신학에 억눌렸던 사고와 감성이 해방되기 시작했고 이성적 판단,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체계를 많은 영역에서 갖추게 되었다.

그럼 뉴튼의 사과를 이은 다섯 번째 사과는 어떤 사과 일까가 궁금해진다. 또 예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내일 종말이 오면 스피노자의 사과가 후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몇 세기를 거쳐 오는 끝없는 종말사과라서 별 의미가 없다.

혹자는 컴퓨터와 IT기업의 상징인 애플이 다섯 번째라 하기도 한다. 이유가 될 법하다. 개인용 컴퓨터의 대명사인 매킨토시와 스마트폰의 시작도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에서 비롯되었고, 회사의 로고와 사명도 ‘애플’로 하게 되었다. 정보통신과 기기의 개발로 인류사에 미친 영향으로 보면 다섯 번째 사과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우선 네 번째 사과가 나오기까지의 의미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린 선과 악 그리고 교만에 대한 경계와 징표를 보여주었고, 두 번째는 사랑과 애증, 질투, 전쟁을 나타냈다. 또한 세 번째는 자유와 정의, 인권을 대표하는 사과로 기억된다면 네 번째는 과학기술과 철학, 신학을 포함한 사과라 할 수 있다.

이런 분석 방법으로 보았을 때 스피노자의 사과는 이미 철학의 범주에 들어가 있고 애플의 사과는 뉴튼의 사과에 가려질 수 있다. 동일한 사과라는 이름으로 이런 맛과 향으로 미래의 다섯 번째 사과를 예측한다면 어떤 향미를 내는 사과일까? 필자의 예상이 어이없이 빗나갈 수 있지만. 아마 생명이나 환경과 에너지와 관련한 사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대하는 그 사과가 우리나라, 그것도 울산에서 열매 맺기를 소원해 본다. 유난히 덥고 따가운 햇볕을 받은 그 해 과실은 맛있다고 한다. 더운 인고의 시간은 훌륭한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안을 누리던 4~50년 시간을 지나 산업 전환이 늦어 경제가 어려운 지금이 지혜를 모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실행을 위해 재도약의 힘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이다. 그 인류를 변화시킬 다섯 번째의 사과를 고대해 본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지역산업육성실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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