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바로 서야
남자가 바로 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2.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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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은 월트디즈니가 1994년에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심바는 라이온 킹의 주인공이다. 아버지(무파사)는 원래 왕이었으며 심바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보고 성장한다. 어느날 아버지는 숙부(스카)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심바는 결국 그곳에서 추방당한다. 그 후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하쿠나 마타타”인생을 산다. 그는 아무런 근심걱정없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조카가 있다. 어느날 엄마한테 투덜거렸다. 요즘 여자 애들은 우리보다 더 쎈데 여자 애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잔뜩 화가 났다고. 한 가지 예만 더 들자. 초등학생을 둔 한 직장동료가 말했다. 어느 날 아들의 성적을 보고, “너 성적이 왜 이래!” 했더니, “아빠, 이만하면 남자 애들 중에서는 잘 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래, 그럼 여자 애들은 어떤데?” “여자 애들은 본래 잘해요!”

근래에 아들과 딸을 둔 부모라면 공감하는 바가 있다. 최근 각종 지표에 의하면 초중고와 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들을 능가하고 있다. 여학생들이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반면 남학생들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는 초중등학교에서 남자교사의 수가 절대 부족하다. 담임선생님 및 교과목선생님이 여자일 경우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학생의 편에서 볼 때 여러 면에서 남성간의 관계성 결핍이 따를 것이다. 둘째는 인터넷영상물 및 게임의 영향력이다. 한 대학생의 고백이다. 한참 게임에 빠졌을 때는 아침먹고 게임방에 갔는데 밖에 나오니 어둑어둑하더라는 것이다. 인터넷과 게임은 중독성이 강한데, 여학생보다 남학생들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셋째는 군대이다. 물론 초중등생은 곧바로 요인이 되지는 않지만 몇 년 후라고 보면 분명 그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2년간의 군대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에 합당한 가치와 의미가 되지 못하는 한 청소년기의 남자는 정신적 상실감과 심리적 위축을 피할 길이 없다. 단지 2년이 아니라 입대 전의 압박감과 제대 후의 후유증 및 원상회복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3, 4년은 소요된다. 마지막 네 번째 요인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감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네가지 요인을 열거했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네 번째이다. 이는 현재 필자도 바로 이 위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사촌 조카가 근처에 살고 있다. 그에게는 다섯 살인 아들과 세살된 딸이 있다. 이 녀석들은 저녁 8시, 9시가 되면 비실비실해진다. 물론 그 시간대가 되면 온 종일 놀았으니 졸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빠의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 언제 그랬는가 싶을 만큼 생기가 돋고 오히려 용감해지기까지 한다.

자녀들의 생동감은 어디서 오는가. 어린 아이는 아빠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인 능력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냥 아버지이기 때문에 생기가 나고 힘이 솟는 것이다.

행복을 담는 최소의 그릇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부부는 하나의 오크통과 같다. 한 쪽의 높이가 낮으면 그 쪽으로 흘러내려 담기는 양이 줄어드는 이치와 같다. 많은 양을 담아내는데 있어 부부의 역할이 공히 중요하겠고 특별히 자녀들을 담는 그릇이 돼야한다.

이 사회가 어떤 면에서 많이 망가지기도하고 어떤 면에서는 이미 추스르기 어려울 만큼 가혹해져 버린 측면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도 학교와 교회가 인성교육 및 정화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는 것은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남자들 이야기만 했지만, 가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바로 선다면 더 기뻐할 사람은 어머니와 딸들이다. 본래 아버지의 음성과 모습은 그 자체로 생기와 힘을 불어넣는 위대성이 있다. 심바가 그렇게 하여 정체성을 회복하였던 것 같이. 올 겨울 바깥에는 어느 때보다 더 세게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성탄절과 년말은 우리의 가정을 돌아보라고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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