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사회에 의료를 바라보는 법
노령화 사회에 의료를 바라보는 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2.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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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는 수명 연장과 고령화의 진입으로 의료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 과거에 70세, 80세를 보장하던 보험 상품들이 이제는 ‘100세 보장’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을 정도다.

현대 의술도 발전을 거듭해 노인성 질환에 대한 수술 치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의술과 수술장비의 과학화는 수술 시 마취 및 회복 과정의 위험성 등으로 인해 수술 받지 못했던 노인층으로까지 치료범위를 확대시켜가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치료와 관광을 묶은 ‘의료 관광’이 핵심 사업으로 떠오를 만큼 각종 수술의 증가세는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일은 여전히 큰 결심을 필요로 하며, 수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불안이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 환자들에게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수술에 대한 이해와 의료기관 선택에 대한 올바른 판단 기준이 필요한 때이다.

노년이 되어 갈수록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을 철저히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소홀함이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반영하듯 한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407만 명으로 전체의 8.6%를 점유했고, 이들이 진료를 받으면서 지급된 급여비는 5조5989억 원으로, 10년 전의 6716억 원 보다 8.3배나 증가하였다.

노인성 질환의 대표격인 척추 수술도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척추전문저널 스파인(Spine)에 따르면 1979년에서 1999년 사이 경추 및 요추 융합술이 각각 70%와 60%가량 늘었다.

또 피츠버그대학 메디컬 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척추 요통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 중 두 번째이며, 척추 수술은 전체 수술 중 세 번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릎관절 치환술 역시 2001년 대비 2004년도에 96%까지 증가했다.

과거의 수술은 곧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수술의 성공률 앞에 그 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환자들은 수술을 통해 오랜 고통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에서 벗어났으며, 한편으로는 새로운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수술이 일반적이 되면서 이에 대한 시선에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수술을 치료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수술 전 의료기관의 선택과 수술 후 몸 관리에도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서는 단순히 주변의 소문이나 인터넷의 검증 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오랜 치료 경험과 활발한 학술 업적을 함께 가진 의료 기관을 선택해야만 의료비용과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수술의 증가세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때문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문제다. 비난보다 필요한 것은 환자들의 삶의 질 제고에 대한 새로운 대안일 것이다. 대안 없는 비난은 오히려 수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키움으로써 수술을 기피하고 치료 시기를 놓침으로써 회복의 기회를 영영 잃게 할 수도 있다.

물론 과잉진료도 수술 증가세의 극히 일부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인들의 도덕적 자정 작용이 선행되어야 하며, 필요 시 법적ㆍ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있는 병원에서는 수술 전 다섯 번의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고 있으며, 수술 결정에 있어서도 3~4명으로 구성된 진료팀 내에서 심사숙고를 거친 후에 최선의 치료 방안을 환자에게 제안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수술 시 가능한 절개 범위를 줄이고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일상생활의 조기 복귀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다. 노령화 시대의 의료는 질환 자체만을 보는 게 아닌, 환자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치료가 돼야 할 것이다.

/ 황병욱 부산 우리들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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