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시한폭탄’ BMW
‘도심의 시한폭탄’ BMW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0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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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다 보면 심각한 하자(瑕疵)가 발생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중단’이나 ‘리콜’이란 사후 보완책으로 대처한다. 폭스바겐 대기가스 조작과 갤럭시노트7 밧데리 결함 및 라돈 논란 대진침대에서 우리는 이러한 학습효과를 가진바 있다. ‘1일 1불’이란 비아냥거림 속에 독일 명차라던 BMW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학습효과(學習效果)는 특정한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더욱 숙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BMW그룹이 지난 6일 최근 잇따른 BMW 차량 화재 사건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BMW 차량 화재 건수는 지난 4일까지 32건이 발생했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 15대의 BMW 차량에서 불이 났다. BMW 화재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에 BMW 차량 4대가 연이어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

전국 도로 곳곳에서 ‘시한폭탄’ 10만여 대가 질주하는 중이다. BMW 중고차 가치도 폭락 수준이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보지나 않는지 심히 우려된다. 윤리경영을 않는 기업은 설 자리가 없음을 보여줬으면 한다.

윤리경영(倫理經營)이란 회사 경영 및 기업 활동에 있어 ‘기업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며,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업무 수행을 추구하는 경영정신이다. 물론 이익의 극대화가 기업의 목적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는 의식과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기업윤리 의식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 결국 기업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요구를 바탕으로 한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독일차엔 신뢰감, 단단함, 안정감 같은 수사(修辭)가 늘 따라붙는다. 그 비결이 뭔지를 찾는 일이 자동차 후발 국가들엔 한결같은 숙제였다. 자동차 한 대에는 2만~3만 개 기계·전자 부품이 들어간다. 독일인은 부품 하나하나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바탕에 마이스터(Meister=기술장인) 제도가 있다. 독일에선 초등학교를 마치면 절반은 일반학교에, 절반은 직업학교에 올라간다. 꼭 대학에 가려 하지는 않는다. 기술을 익혀 마이스터가 되면 그 사회에서 최고의 명예와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독일차 3총사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크스바겐·아우디’를 꼽는다. 지난달 국내에서 많이 팔린 수입차도 같은 순이었다. 독일 기술과 독일이란 나라가 주는 이미지 덕이다. 한국인은 독일차를 유난히 좋아한다. 특히 중장년 지도층은 벤츠를, 젊은 층은 스포티한 BMW를 선호한다.

그 굳건했던 독일차가 흔들리는 것 같다. 3년 전 폴크스바겐 디젤차가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려 검사 때만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는 엔진을 달았다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었다. ‘디젤게이트’에 이어 최근엔 BMW 차량에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BMW 520d는 벤츠 E클래스와 더불어 구매 문의 1순위였던 차이다. 100년 넘게 1등을 지켜온 독일차가 지금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잃은 듯하다.

BMW코리아 측에서는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자차(自車)가 리콜 대상이 된 것도 억울한데 이에 대한 보상책은 전혀 없고, 리콜 시점 또한 너무 늦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기업은 소비자, 주주,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자연환경의 존속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윤리경영’이 ‘기본’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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