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삼킨 해파리
플라스틱을 삼킨 해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0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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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에 오를 만한 뉴스다. 해파리 체내에서 1㎝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는 사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지난 2일 ANSA통신이 보낸 소식이고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제로 실렸다니 ‘거짓뉴스’는 분명 아니다.

이 사실을 밝혀낸 그룹은 이탈리아 시에나 대학·투시아 대학 공동연구진이다. 무척추동물인 해파리까지 바다 속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로 알고 삼킨다는 사실은 예삿일이 아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서부해안의 섬 폰차 근해에서 지중해 서식 종인 해파리를 채집한 뒤 체내 성분을 분석한 끝에 그런 결과를 알아냈다. 폰차 근해라면 표층해류의 영향으로 해양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이는 곳이다.

연구진이 우려하는 것은 ‘해양 먹이사슬’이다. 지름 1㎝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을 해파리가 삼키고 이 해파리를 참치와 황새치, 바다거북 같은 몸집이 큰 해양 동물이 먹어치운다고 가정해 보라. 다행히, 우리 같으면, 바다거북이야 ‘용왕님’으로 알고 막걸리라도 융숭하게 대접해서 바다로 되돌려 보내면 그만이지만 참치, 황새치 따위야 어디 그런가. 해파리가 삼킨 플라스틱은 결국 참치나 고래를 즐겨먹는 우리네 식탁에 올라오고, 인간 수명까지 좌우하는 것쯤은 물으나마나 아니겠는가?

ANSA통신과는 무관하지만 또 하나 충격적인 영상이 2015년 8유튜브에 올라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콧구멍에 박힌 이물질 때문에 신음하던 바다거북이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펜치로 끄집어내는 장면, 바다거북이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이 바다거북이는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던 대학원생들이 코스타리카에서 조사하던 도중 발견한 수컷이었다.)

이 영상을 다시 접하고 지난해 말부터 ‘불편함의 미학’을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다는 이세라 씨가 그 장면에 대한 소감을 글로 적었다. “한 남성이 7분간 안간힘을 쏟을 정도로 깊숙이 박혀 도통 빠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바다거북이는 빨대를 코에 꽂은 채 몇 년의 세월을 보냈을까?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이라고 소개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존재감을 알린 미국 시애틀은 커피로도 유명세를 타는 곳.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탓이다. 그 시애틀이 깜짝 놀랄 약속을 전 세계 커피 식구들에게 했다. 7월 1일부터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노라 스스로 다짐한 것.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줄이기’ 캠페인(#StopSucking)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환경단체 LWF(=Lonely Whale Foundation)는 미국에서는 매일 플라스틱 빨대 5억 개가 사용되지만 대부분 재활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이런 사실들을 경허하게 수용한 시애틀의 저 놀라운 선언이 전 지구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함부로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숱한 동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생무기나 다름없다. LWF는 목숨 잃은 조류의 71%와 바다거북이의 30%의 뱃속에서 그런 빨대가 나왔다고 경고했다. 먼 나라 얘기 빌릴 것도 없이 우리 주변 낚시마니아들 얘기만 들어도 LWF의 경고는 실감 그 이상이다. 잡은 물고기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심심찮게 나온다는 얘기다.

전문가 말을 들어보자. 버려진 플라스틱이 5mm 이하로 작아지면 표면에 유해물질이 달라붙기 쉽고, 더 작아지면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2016년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서 보고된 논문은 실로 놀랍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서 물고기보다 많은 플라스틱을 그물로 잡게 된다는 것이다. ‘32년 후의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어도 괜찮을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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