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존중 받는 행사문화 정착은 선출직의 몫
시민이 존중 받는 행사문화 정착은 선출직의 몫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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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가을 바람이 약간씩 느껴지는 9월 초 어느날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야외 문화행사를 관람한 적이 있다. 오후 7시 쯤인가로 기억하는데 행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빗방울이 약간씩 비치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로 주최 측은 비를 피해 관람할 수 있도록 천막을 준비한 것은 물론이다. 행사명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규모가 큰 행사이다 보니 내빈 축사 등으로 꽤 많은 시간을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사이 빗방울은 굵어지고 시민들이 앉아 있는 곳까지 빗물이 스몄다. 기쁜 마음으로 참석한 시민들의 마음에 짜증이 밀려오는 것은 당연지사. 시민들에게 문화향유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열렸지만 이쯤 되면 목적을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작년 7월에는 어느 기초단체의 지원으로 민간단체가 행사를 마련했는데 의전때문에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지자체 자체 축제나 행사에 광역의원들이 단상에 오르거나 축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다.

기초의회가 집행부에 협조공문을 통해 광역단체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 행사에 광역의원들이 단상에 오르거나 축사를 하는 순서를 없애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 행사에서 지역구 광역의원이 참석했으나 축사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면서 실갱이가 벌어졌다. 모두가 다 선출직 공무원이 보여준 모습이다.

앞으로 울산지역 공공기관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는 이런 행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울산시가 권위적이고 관행적인 내빈 위주의 지루한 행사를 혁파하고 시민 주권시대에 부응하는 행사 간소화를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시가 마련한 ‘각종 행사 간소화 추진계획’은 △공연·관람 행사 △축제, 문화예술, 체육행사 △전국단위 행사 △기공 및 착공식 △국경일 행사 △기념일 행사 등 크게 6개 행사그룹으로 나눠 간소화 기준이 세워졌다. 기준은 ‘초청장無, 지정좌석無, 내빈소개 및 인사無, 축사無’ 등 4무(無) 원칙을 내세웠다.

일반시민과 참여자 본위의 행사인 공연·축제·문화·예술·체육행사는 초청을 생략하거나 모바일 메시지 초청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자율좌석제를 운영, 도착한 순서대로 앉도록 하는 등 시민을 최우선 배려키로 했다. 모든 행사에 주빈 참석 여부에 상관없이 정시에 개최하고, 내빈소개 및 인삿말도 모두 생략한다는 것이다. 차 문 열어주기, 우산 씌워주기, 공공장소 차량통제, 행사장 입구에서 영접인원 도열 등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내빈위주의 행사진행 방식과 불합리한 의전 관행을 과감하게 근절키로 했다.

다만, 격식을 갖춰 추진해야 되는 국경일 행사와 전국단위 행사는 관례대로 초청장 발송, 지정좌석제 또는 그룹별 좌석지정제를 운영하고, 일괄 내빈소개를 하기로 했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8월 월간업무보고 자리에서 각종 행사 간소화 추진을 당부했다.

송 시장은 “시민들이 간편하고 편리하며 참여의식이 고취될 수 있도록 시민 중심의 섬세하고 매뉴얼화된 행사 추진”을 당부하면서 “시와 관련된 민간행사, 구·군이나 관련단체 모두가 관심을 갖고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의전과 관련한 문제점은 울산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최근 인천시가 과도한 의전을 없애고 시민참여를 확대하기로 했고, 제천시 의회가 같은 내용으로 합의하고 집행부에도 전달했다. 솔선수범 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의전 간소화는 자티단체의 노력을 기반으로 선출직 공무원의 생각만 바꾸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문제다. 선거 때 ‘시민의 머슴’의 되겠노라고 했던 마음가짐이 전제되면 되는 일이다. 시민들 얼굴 찌푸리지 않는 행사 문화의 정착은 선출직 공무원의 몫이 크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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