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에서 꽃피운 농업, 캘리포니아와 제주도 곶자왈
극한에서 꽃피운 농업, 캘리포니아와 제주도 곶자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8.0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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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지구온난화 때문인가?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더니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 겨울은 길어지는 것인가? 필자는 최고기온이 50℃를 넘나드는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농업을 28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사막에서 위대한 농업이 꽃피울 수 있었을까? 그것은 1930년대 초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 덕분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그 유명한 뉴딜 정책으로 콜로라도 강에 후버 댐을 건설함으로써 실업자도 구하면서 물을 자원화 할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옥토로 바꾸게 된 것이다. 현재는 사막의 나라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점적관수 기술을 도입해 최소한의 물로 포도와 오렌지, 아몬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이렇게 물 주는 기술 하나를 바…L 끝에 재배면적을 5배 이상 크게 늘릴 수 있는 조건이 한없이 부러웠다.

캘리포니아의 5대 대표농산물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오렌지가 있다. ‘썬키스트’와 ‘델몬트’에서 생산하는 주스가 떠오른다. 이 오렌지 재배면적만 해도 자그마치 우리 남한의 4배 정도라고 한다. 포도와 아몬드도 생산물량과 품질에서 세계 으뜸으로 꼽힌다. 포도는 와인과 건포도로 가공되는데 특히 와인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품평회에서 3년 연속 최고상을 받았을 정도이다.

강 주변 물 관리가 쉬운 곳에는 사료작물의 왕으로 불리는 알팔파를 심는다. 사막의 건조한 기후는 자연건초 생산에 최상의 조건이다. 캘리포니아에도 쌀이 있다. 물과 강한 햇빛이 벼농사 짓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품질 좋은 ‘칼로스’를 생산한다. 그들은 이처럼 사막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둘어 미국을 위대한 농업국가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발달한 GPS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정밀농업을 하고 있었다.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된 농산물의 생산이 쉬워진 것이다.

우리에게도 버려진 땅을 활용해 새로움을 찾고 있는 제주도 환상 숲 교육농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비교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사막에서 꽃피운 캘리포니아 농업처럼 제주도에도 사막처럼 버려진 땅이 오늘날 환상의 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농사가 되지 않아 누가 봐도 버려진 덤불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곶자왈’이 그곳이다.

제주도 말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곶은 숲, 자왈은 ‘나무와 덩굴이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말한다. 과거에는 돌무더기 때문에 농사는 엄두도 못 내고 땔감이나 약초를 캐던 곳이다. 오늘날 이곳을 주목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곶자왈 숲속에는 용암이 만들어낸 다양한 요철(凹凸) 지형이 존재한다. 제주도가 자랑하는 질 좋은 지하수를 다량 품고 있다. 또한 지하동공 등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여름에도 겨울같이 차가운 곳이 있는가 하면 겨울에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신비의 세계도 있다.

그 덕분에 식물분포도 다양해서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숲이 있다. 제주도에서 또 다른 생태계의 허파를 찾은 것이다. 이에 제주도에서는 1997년 이래 곶자왈 지대를 지하수 보존 2등급 및 생태보전 3등급 지역으로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그 면적은 11.3ha로 제주도 면적의 6.1%에 해당한다.

우리가 제주도로 가면 폭포 순례, 한라산 등산, 올레길 걷기를 즐긴다. 최근에는 낚시, 골프, 승마체험 등 여행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기에도 식상하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태초의 숲 곶자왈에 몸을 담근다. 이곳에서는 생태계 순환 원리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환상의 숲 곶자왈도 제주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한 교육농장에서 출발해 첫 달에는 달랑 20만 원의 조수입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해설사를 비롯한 관리직원 12명이 일자리를 갖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미국의 사막이 위기에서 만든 댐으로 무한의 옥토가 되었듯 제주에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덤불 곶자왈이 제주관광산업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러기까지는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위기극복의 DNA가 발동한 것이 틀림없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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