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이 남긴 평화의 메시지
교황님이 남긴 평화의 메시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3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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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질주를 계속해 온 한국은 오늘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성장과 발전 때문에 빚어진 양극화 갈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반도야말로 세계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남북한의 화합과 일치는 한반도의 안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2014년 ‘아시아 청년 대회’를 맞이하여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하 교황)은 일반 국민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1936년생이니 우리 나이 83세로 꽤 고령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양떼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계시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록 서로 종교는 다를지라도 교황의 영성과 가르침, 그리고 삶 자체로 발산하는 감동은 교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교황주일에 읽은 양 스테파노 신부님의 강론말씀을 되새겨본다.

2001년 2월 베르골리오 주교는 요한 바오로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된다. 당시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성직자에게는 세 가지 특전이 주어진다. 쾌적한 추기경관저 제공, 고급 전용차와 운전기사 제공, 전담요리사 배치다. 그러나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화려한 추기경관저를 사양하고 작고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간다. 전담요리사를 두지 않고 직접 시장을 보고 요리했다. 전용차를 사양하고 언제나 대중교통을 애용했다. 항상 수도자로서 추구했던 극단적 청빈은 교황으로 선출되고 나서도 한결같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와 세상 앞에 드러내 보이는 삶의 모습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구체성이다. 단지 청빈을 말로만 외치지 않고 삶으로 직접 보여준다. 교황이 된 후에도 시종일관 가난하게 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일관되게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교황의 80회 생일날, 고관대작이나 정치인을 식탁에 초대하지 않고 바티칸 인근 노숙자와 유기견을 초대했다. 강론 때도 언제나 청빈의 덕을 크게 강조한다. “부디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가난을 저주하는 것이 죄입니다.”

교황의 고국인 아르헨티나 신자들이 대규모로 바티칸에서 거행되는 교황 즉위 미사에 참석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티칸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부탁했다. “사랑하는 동포들이여! 비싼 돈 들여 저를 보러오지 마시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해 주십시오!” 또 교황 형제자매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여동생이 오빠의 교황 즉위식에 꼭 참석하고 싶어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러나 교황은 끝내 여동생을 가족 대표로 초대하지 않았고 마침내 전화까지 걸어 “절대로 즉위식에 오지 마라!”고 말렸다고 한다.

교황은 짧은 방한이었지만 우리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위로와 연민과 희망을 가득 불어넣어주었다.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며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못 박았다. 경제지표로 보면 역사상 가장 발전한 대한민국이지만 정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먼저 한우리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공동체적 시선을 펼치는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안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때 그 강물은 동서남북으로 흘러 평화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은 아주 지대하고 각별하다. “저는 아시아의 평화,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빕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남북 상호간 협력은 사랑하는 한국민들과 전 세계를 위해 계속 풍성한 결실을 낳을 것입니다.” 한국이 이룬 경제성장과 부를 경배하며 그 부가 제공하는 일시적인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를 거울에 비추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더 높은 가치를 찾아 나서라”고 촉구한 교황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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