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맑은 심장
강남의 맑은 심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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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파랗고 높다. 흰 구름 두둥실 떠다닌다. 이 좋은 날에 서울에 있는 ‘봉은사’에 들렀다. 이 사찰은 글로벌타운 서울 강남의 맑은 심장이다. 도심 속 천년고찰의 위상을 간직한 전통사찰의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봉은사에 들른 이유는 지난 7월 8일이 백중 행사의 첫날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정상 울산 가까이 영취산 ‘통도사’에는 가질 못했다. 8월 25일 백중(百中)은, 쉽게 말하면 돌아가신 조상에게 제례를 올리는 날이다. 소위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조상의 영가(靈駕, 영혼)를 기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날이다. 동시에 조상의 은혜와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다. 첫날은 다른 말로 백중 ‘입재’(入齋) 기도에 동참하는 날이라 말하고, 49일째 마지막 날은 ‘회향’(回向)하는 날이라 말한다.

도심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에 내렸다. 9호선 차량은 일요일에는 네 량밖에 운행하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달리는 격조 높은 지하철 라인으로 생각하면 된다.

정문에서부터 대웅전 앞까지 연(蓮)잎들이 넓적한 단지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백중 마지막 회향 날에는 아마 연꽃으로 장관을 이루어 아름다울 것 같다.

주지스님이 낭랑한 목소리로 법문을 한다. 목소리가 바깥까지 울려 퍼져 참배자들을 숙연하게 한다. 대웅전은 고사하고 대웅전 뒤 광장까지 불자들이 꽉 차 있다. 이렇게 많은 불자들이 열심히 법문을 경청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모두들 잘 되라고 하는 마음의 바람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서 있는 채로 참관할 수 없어 바깥 대불상(大佛像)이 있는 곳으로 옮겨 예를 올렸다. 높이가 23미터로 국내 최대 크기의 미륵대불상이다.

대불 앞에서 삼배(三拜)를 했다. 아니 대불의 인자한 얼굴 자태를 보니 마음이 뭉클하고 득도하는 듯했다. 언젠가 경주 토함산에 올라 석굴암 대불에 삼배한 적이 있다. 그 마음만큼이나 온 몸이 시원히 뚫리는 것 같았다.

“여보! 대불 앞에서 마주보며 절을 올리니 마음이 이렇게 편안하지?” 봉은사 대불 앞의 반질반질한 화강암 반석은 7월의 태양에 이글거린다. 우리 부부는 따끈따끈한 바닥에 앉아 감탄한다. “여보! 정말 뜨끈뜨끈해서 시원해!” “그러네! 이게 극락이 아닌가?” “아! 그럴 수도 ….”

대불상 뒷면에 펼쳐지는 한여름의 높고 파란 하늘. 정말 환상적이고 멋지다!

조상에게 올리는 의식 행사가 이어진다. 하얀 종이 띠에 ‘김령김씨 조상일체’ ‘풍산홍씨 조상일체’라고 정서를 하여 볕 좋은 법등 아래에 하나씩 달아놓았다.

벌써 12시 정오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뱃속에서 시장기가 돈다. 미리 점심 공양(식사)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좀 있으면 불자들이 모여들어 공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둥근 대접과 숟가락을 손에 쥐고 줄을 서서 배식 공양을 기다린다.

자원봉사자들이 분업을 하면서 열심히 도와준다. 대접에 밥과 국을 담아주고 김치를 조금씩 올려준다. 국은 시래기 된장국. 표고버섯도 여러 조각 들어있다. 반찬그릇은 따로 없이 그냥 대접 하나에 세 가지를 담아주는 초간편식 절밥이다.

봉은사의 공양식은 맛있다고 소문나 있다. 초파일에는 국수, 백중날은 시래깃국이 일품이다. 꿀맛이라 나는 한 국자 더 얻어먹었다. 최고로 만족한다.

응당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그 옛날 붓다가 출가하여 고행할 때를 생각해 보라! 붓다는 분소의(糞掃衣)에, 새가 먹는 모이보다 적게 먹고 다니지 않았는가?

이제 순서는 조상에게 잔을 올리는 시간. 잔을 올리는 불자들이 많아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모두 뒷 광장에 대기하면서 금강경을 큰 소리로 암송한다. 암기하고 있을 정도니 대단한 불력이 아닌가? 모두들 반야용선도를 타시기를.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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