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져, ‘2018 울산 바이오블리츠’!
멋져, ‘2018 울산 바이오블리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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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신(焰神)이 폭염을 앞세워 흥망성쇠의 순리를 외면한 듯 연일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백일 동안 붉은 꽃잎을 자랑한다는 배롱나무도 덩달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꽃이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을 망각한 듯 극성을 부린다. 왕선(王蟬=왕매미)은 등 뒤에서 사마귀가 엿보는 것을 잠시 잊은 듯 꼭두새벽부터 지칠 줄 모르고 원님의 나팔인양 불어댄다. 대서(大暑) 지난 오죽(烏竹)정원에는 아침저녁으로 실솔(??=귀뚜라미)이 감미로운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연주한다.

지난 21∼22일 1박2일간 태화강 중류 선바위공원 일원에서는 울산시가 주최하고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회장 이정학)가 주관한 ‘2018 울산 바이오블리츠(Bioblitz=생물다양성 탐사)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생물분야 전문가들과 일반인, 학생들이 함께 모여 24시간 동안 정해진 지역에서 어류, 조류, 식물류, 곤충류, 버섯류 등 생물 종을 찾아 기록하고 목록으로 만드는 과학 참여 및 탐사 활동이다. 태화강 일원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전국 26개 생태관광지역 중 하나인 태화강을 널리 알리고 도심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이 행사를 4년째 지속하고 있다. 올해에는 탐사인원 300명, 전문가 등 100명을 합쳐 모두 400명이 24시간 동안 정해진 지역에서 조류를 비롯해 어류·곤충류·식물류·버섯류 등 생물 5종의 다양성에 대한 탐사를 실시했다. 행사는 지역 생태전문가를 중심으로 생물탐사(Walk), 생물이야기(Talk),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조류와 곤충류 두 종류는 야간탐사까지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 전원은 낮 최고기온이 31.9℃(21일), 34.6℃(22일)에 이르는 찜통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생물종 다양성 탐사에 적극적이어서 염신의 열기가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조류분야 전문가로 동참한 필자로서는 이번 탐사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보람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열과 성을 다해 알차고 빈틈없이 사전준비에 임한 담당공무원들의 헌신적 역할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1박2일간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하면서도 헌신적인 봉사정신이 몸에 밴 담당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은 이번 행사에서도 어김없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이번 탐사에서 어류 18종, 조류 23종, 식물류 154종, 곤충류 91종, 버섯류 72종 등 총 358종이 집계된 결과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담당공무원, 전문가, 봉사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15명의 생태관광해설사들은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8조로 편성된 탐사대를 인솔하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또 26명의 울산고 자원봉사 학생들은 현장체험을 통해 고교시절의 알찬 자원봉사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역 생태전문가의 적극적인 동참도 한몫을 했다. 6개 분야 22명의 전문가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이론과 실제를 통해 다양함을 전달하고자 애썼다. 특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功)의 중심에는 담당공무원의 책임감과 열정이 숨어있었음을 감출 수 없다. 시청 환경녹지국 환경정책과 자연환경팀 모두는 종일 윗도리가 땀에 젖고 콧등에 땀이 맺혀도 개의치 않았다. 주무계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비금주수(飛禽走獸)하듯 동분서주하면 책임자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팀원 모두는 잠자지 않고 깨어있었고, 앉지 않고 서있었으며,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계속 걷고 또 걸었다. 팀원들은 이번 탐사가 첫 경험이 아닌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미 ‘바이오블리츠 한국 2015’, ‘제8회 아시아 버드 페어(ABF=Asia Bird Fair)’ 등 두 번의 국제 행사는 물론 2016년과 2017년 두 차레의 자체 생물종다양성 탐사 경험을 지닌 바이오블리츠 전문 팀인 것이다.

특히 자연환경팀은 울산의 보배이다. 현장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들은 울산의 생태자료 자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 의미 없이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자연환경팀에 대한 칭찬과 격려는 계속되어야 한다.

과거 두루미의 고장 학성(鶴城)이었던 울산은 현재 산업도시의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생물다양성에 관심 있는 생태도시의 이미지로 대외적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0년 전(2007)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연중 2차례씩 문을 연 여름 백로 학교와 겨울 떼까마귀 학교를 통해 내공을 다져 온 덕분이었다. 바이오블리츠를 알차게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 내공의 결과였다.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생태관광을 견학할 겸 울산을 찾은 생태문화관광해설사들을 안내한 적이 있고, 그때 그들이 남긴 말 한 마디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울산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네요.” 빈말이 아닌 솔직한 감탄이었다. 멋져, ‘2018 울산 바이오블리츠(Bioblitz)’! 파이팅, 환경정책과 자연환경팀!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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