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장 윤화섭
안산시장 윤화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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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월 1일 시(市)로 승격된 경기도 안산시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울산광역시를 빼닮았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라는 점, 전국 팔도 사람들이 다 모여 산다는 점, ‘인구절벽’으로 가슴앓이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찌 보면 안산시는 아우이고, 울산광역시는 형인 셈이다.

안산시는 한때 76만 인구를 자랑하며 ‘2020년 100만 대도시’를 꿈꾸던, 시쳇말로 ‘잘 나가던’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절벽’이 눈앞의 고민이다. 안산시 인구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안산시 인구는 2011년 76만2천 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8천21명이 안산을 떠났고, 이듬해(2016년)엔 9천248명이 딴 곳으로 빠져나갔다. 2017년 3월말 인구는 다시 74만 502명으로 내려앉았다.

안산시 여론주도층 인사들이 이 문제로 걱정을 공유한 것은 여러 해째다. 지난해 5월 한 인사는 인구감소의 주요원인으로 △반월시화공단의 일자리 부족 △슬럼화 된 주택 △저출산 현상을 지목했다. 인구유출 방지책으로는 △대기업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거·교육환경 개선 시책의 발굴 △출산장려정책의 재검토를 내놓았다. 혹자는 낡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로부터 1년 몇 개월이 더 지났다. 6·13 지방선거는 새 인물을 시장 자리에 앉혔다. 경기도의회 3선 의원이자 도의회 의장을 2번이나 지낸 윤화섭 시장(62)을 새 식구로 맞아들인 것. 지난 7일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초록늑대’ 축구단)의 새 구단주 자격으로 찾은 홈구장 ‘와~스타디움’에서 그가 한 말은 무척 인상적이다. ‘스포츠 조선’ 기자는 이렇게 적었다.

<경기 전 식순을 보더니, 대뜸 축사를 빼달라고 했다. “다들 축구 보러 오셨는데 말은 무슨… 내가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일부 정치인들이 그라운드를 ‘인기몰이’ 유세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종종 봐온 터, 윤 시장의 첫 행보는 달랐다. VIP석 대신 관중석에서 서포터들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했다. … 축사 대신 시민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없느냐는 질문에 윤 시장은 미소를 지었다. “안산시민들과 함께 응원하는 것, 이것이 제 메시지입니다.”>

그의 말은 이렇게 계속된다. “안산 반월공단에는 전 세계 104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안산에는 팔도(八道) 사람들이 다 있다. 외국인, 다문화 비율도 높다. 시민이 한마음이 되는 축구단이 목표이고 성적은 그 다음이다. 기회가 되면 다양한 국가의 훌륭한 선수들을 안산 구단에 영입하고 싶다.” (2018년 1월 기준 안산시 인구는 72만9천657명으로 이 중 7.38%인 5만3천853명이 외국인이다.) 인구도, 예산도 형(울산광역시)만 못한 안산시 수장의 이 어른스러운 말은 언젠가 시에서 인수해 주기를 바랐던 울산현대 호랑이축구단을 애물단지쯤으로 여기던 울산광역시 관계자의 인식과 사뭇 대조적인 것 같아 놀라웠다. 혹, 형과 아우의 자리를 바꾸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인지….

안산시장 윤화섭. 그를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이다. 얼마 전 무더기로 쏟아낸 폭염예방 대책이나 출산장려금 1천만 원과 축하용품을 들고 다섯째 아이를 낳은 산모를 찾아간 일, 행정기구를 설치할 때 외국인주민을 포함시키겠다고 한 약속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다짐한 ‘시민과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말이 마음을 움직인 탓이다.

윤화섭 시장은 그의 취임식을 지난 2일 ‘상록장애인복지관’ 앞마당에서 약식으로 치렀다. 이 자리에 그는 장애인과 다문화가족이 포함된 시민대표 3인을 초대해 당부의 말을 들은 다음 이들의 바람을 잊지 않고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너의 언행이 너의 거울’이라는 말로 제 마음을 대신하겠다”는 말로 취임식을 마쳤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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