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의 역사산책] 우리 역사의 ‘출발점’은
[박정학의 역사산책] 우리 역사의 ‘출발점’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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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지침과 현재의 모든 역사교과서에서는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민족의 이름이나 생성 시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또는 민족) 최초의 국가가 단군의 고조선이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대부분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뭔가 명쾌하지 못한 점을 느낄 수 있다.

첫째로, 『삼국유사』에는 고조선이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라고 기록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문자로 기록이 남겨진 시대를 ‘역사시대’라고 하는데, 교과서에서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근거로 최초의 국가가 단군의 고조선이라면서 고조선을 우리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그래서 단군을 우리나라의 국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삼국유사』에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환국의 임금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 무리 3천 명을 데리고 태백산에 내려와 신시를 열었으며, 그 한참 후에 환웅과 웅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고 하여,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는 환웅의 신시이지, 단군의 고조선이 아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시를 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둘째로, 2009년 역사교과서부터 우리 겨레의 이름을 없앴다.

2008년까지는 우리 겨레의 이름이 ‘배달민족이라고도 부르는 한민족’이라는 내용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그런데 역사시간에 ‘배달’에 대해 배우지 못해 여러 사전을 찾아보니 ‘상고시대 우리나라의 이름’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라는 설명이 있었으며, 두산백과에서는 ‘여기에서 우리 민족을 배달민족·배달겨레·배달족이라 지칭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환단고기』에서는 환웅이 건국한 나라 이름을 배달국이라고 하여, 『삼국유사』의 신시가 배달국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가 ‘배달’이므로 민족의 이름이 배달민족이 된다는 설명이 맞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교과서에서는 ‘한민족’이라는 민족 이름까지도 없애버린 것이다. 출생신고 할 때 ‘이름’은 필수이듯이 겨레 역사에서도 그 주체인 ‘겨레 이름’이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없앰으로써 우리 역사가 어떤 민족이 걸어온 길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민족을 말살하려고 역사를 왜곡했던 조선총독부의 의도를 지금 우리나라 강단 사학자들이 실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셋째로, 우리 민족 역사가 시작되는 날인 우리 겨레의 생일이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시작되는 날이 생일이듯이 겨레 역사의 출발점도 생일이다. 그러므로 출생신고 때 생일도 필수 요소이며, 주민등록번호 앞 6자리로 만들어 같은 이름의 여러 사람을 구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생일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제작된 교과서에서는 “선사 시대에 민족 형성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를 거치면서 민족의 기틀을 이루었다” “고조선은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라고 하여 고조선 전에 민족이 형성된 듯이 기술하면서도, ‘신라의 삼국 통일로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왕건은 후삼국의 혼란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민족통일 국가를 이룩하였다’고 하여 생일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만약 고려 때 민족이 형성되었다면 고조선은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가 아닌 것이 된다.

실정이 이러하다보니, 일부에서는 ‘인디언도 우리 민족’이라거나 터키와 중앙아시아 등 우리 민족과 많은 교류가 있었던 집단까지 민족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이들은 민족 형성 이전의 혈연관계 또는 교류사로 다루어야 할 대상일 뿐 우리 자신과는 구별해야 한다. 우리 역사의 출발점을 환웅의 개천으로 보아야 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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