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의 양보와 타협을 기대한다
노사의 양보와 타협을 기대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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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급상승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지역 산업계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의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한 곳에도 기분 좋은 소식은 없다. 특히나 울산지역은 대기업 노사가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벌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9일 오후부터 24일까지 전면파업을 강행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하루 평균 83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과 공정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가공 소조립1부 등 3개 부서에서 노조의 물류 흐름 방해로 수십개의 블록을 반출하지 못 해 전체공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됐다.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못 맞추면 하루 10억원의 지체보상금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업 기간 작업장별 공수(工數·man hour) 손실도 3개 부서에 걸쳐 총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을 확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가동을 중단한 해양플랜트 공장의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최근 제시한 수정안을 통해 해양사업부 유휴인력에 대해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동결·20% 반납을 받아들이면 내년 5월 말까지 고용안정에 노력하겠다고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조선 물량 일부를 해양사업부로 배정하고, 해양 인력 일부는 그룹사를 포함한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해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고, 그 후에도 남는 인원에 대해서는 유급휴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룹사 전체의 ‘일감’을 나누자는 노조와 나눌 수 있는 ‘일감’이 없다는 회사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교섭 자체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와중에 현대자동차와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임단협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현대차 노사는 20일 열린 21차 교섭에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4만5천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노사는 올해 교섭 최대 쟁점이던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식 역시 임금을 보전하면서 심야근로를 20분 줄이고 시간당 생산량(UPH)을 0.5대 늘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노사가 여름휴가 전 잠정합의를 한 것은 2010년이 마지막으로 이번이 8년 만이다.

올해 교섭이 예년보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미국의 25% 관세 부과 예고 등 국제 경제 상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이미 글로벌 판매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까지 나서서 자동차 내수 판매를 늘리려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현대차 노사가 교섭 장기화나 추가 파업은 노사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도 지난 24일 열린 제18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정기승급분 2만3천원 별도)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 동결 외에, 명절 귀향비·생일축하금 등 기본급화,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무분규 타결 격려금 100만원,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격려금 50만원 지급, 사내 근로복지기금 5억원 출연 등을 담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현대미포조선은 22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이처럼 지역 주요사업장들이 노사가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사는 아직도 의견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현대중공업의 일감부족과 이로 인한 유휴인력문제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해서는 어떤 결과도 도출할 수 없다. 현실을 감안한 노사 간의 대승적 양보와 타협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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