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중인 실물지표, 그러나 방향성은?
악화중인 실물지표, 그러나 방향성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2.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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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다. 이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다소간의 금리인하에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최근 전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 추세에 부응이라도 하듯 우리도 기준 금리를 1%포인트 내리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목표치보다도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 했는데 이에는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을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우선 금융위기 후 본격적으로 전이되기 시작한 실물경기의 침체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우울한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성장률은 올 4분기 마이너스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고 내년엔 2%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1.9%에 달한다는 전망을 기초로 시뮬레이션된 수치이기 때문에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전망치 0.9%를 감안 한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수출은 최근까지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세계경기침체의 여파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액기준의 상품수출증가율은 올해 14.7%에서 내년에는 -6.1%로 떨어지게 되며 이처럼 상품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200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역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0.2% 이던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내년에는 -3.8%로 급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수의 기반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고용문제 역시 심각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내년 취업자 증가는 고작 4만명에 그치는 데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오히려 4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다. 실업문제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산가격 하락도 내년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가계의 자산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하면서 ‘역(逆)자산효과’가 확대될 것이란 게 한은의 판단이다.

수치상으로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도 경상수지흑자가 22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물론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나온 수치는 아니지만 흑자규모가 늘어난 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방향성 측면에서 상반기 0.6%성장에서 하반기에 3.3%로 높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현상을 보이고 2010년에는 4%대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려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경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고 또한 사이클의 변수이다.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현재의 악화되어 있는 상황 보다 향후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때부터 현재의 상황을 예상했었고 금융시장의 가격변수는 여기에 맞추어 조정이 되어 왔다.

즉, 현재의 악화된 지표들은 금융시장 변수에 상당부분 반영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가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악화된 상황들을 개선시킬 만한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 등의 변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장은 효율적이며 영리한 것이다. 금융장세의 초기국면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들인 것이다. 계절의 봄은 멀었지만 시장의 봄은 이미 우리 문턱에 와있는 것은 아닌지 기대된다.

/ 김 기 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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