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이어 美 관세 암초 ‘한국車 산너머 산’
中 사드 보복 이어 美 관세 암초 ‘한국車 산너머 산’
  • 김규신
  • 승인 2018.07.2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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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생산 7.3%·내수 0.3%·수출까지 모두 감소
‘무역확장법 232조’ 美 수입차 관세 부과 타격 우려
정부, 美 수입차 관세 공청회서 민관 합동 ‘반대론’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과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성장률 둔화, 원화 약세 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낸 국내 자동차산업계가 올해도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상반기 생산, 내수, 수출이 모두 지난해 대비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의 무역확장법이 현실화해 최고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길이 막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생산(△7.3%), 내수(△0.3%), 수출(△7.5%)이 모두 감소했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은 한국지엠(GM)의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생산 감소와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7.3% 감소한 200만4천744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총 수출도 멕시코 등 해외 현지공장 생산 본격화와 미국 등 주요시장 수출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한 122만2천528대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거세다.

올 상반기 90만대가 팔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0.3%)을 보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가 지난해와 비교해 3.3% 뒷걸음질 친 것과 달리, 수입차는 15만143대로 1년 전보다 17.9%나 증가했다.

아우디가 올 상반기 5천11대를 판매하며 445.3% 증가했고, 도요타가 8천350대를 판매, 전년 대비 60.8%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인 벤츠와 BMW는 각각 4만1천69대와 3만4천568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8.9%와 19.2% 늘었다.

이처럼 생산, 내수, 수출에서 모두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대내외 시장 여건이 당장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 해외시장인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신차 수요가 여전히 정체돼 있고, 중국은 판매 회복세를 보이지만 사드 피해가 컸던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미국의 수입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이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으며 미국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만일 25%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중 미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84만5천319대(33%)에 달하는 등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단일 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수출가격은 평균 1만4천500달러 선으로, 25%의 관세가 붙을 경우 단가가 평균 3천 달러 올라 채산성을 맞출 수 없고 결국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판매가 감소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 하언태 부사장은 앞서 지난 11일 울산공장을 찾은 백운규 산업부 장관에게 “미국의 무역확장법이 현실화해 최고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 울산 5개 공장 중 1~2개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현대자동차와 LG전자 현지 근로자 등 4명이 참석해 입장을 전했다.

강 차관보는 “한국의 자동차 기업은 100억 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해 1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미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차종은 중소형차 위주로 픽업트럭과 스포츠다목적차량(SUV) 위주인 미국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32조 조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혜택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근 회장은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미미하고 소형차 위주로 미국차와 직접적인 경합관계에 있지 않으며, 무역제한조치가 부과될 경우 상당기간 대체생산이 어려워 미국 시장 위축과 소비자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직원인 존 홀(John Hall)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가량을 현지생산하고 △앨라배마 생산 자동차의 20%는 제3국으로 수출하며 △협력사 포함 2만5천명의 직접고용과 4만7천명의 간접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엔진·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을 미국에서도 생산하는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25% 관세 부과시 가격 상승과 생산·판매 감소로 앨라배마주의 일자리가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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