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의 역사산책]허위정보 만들어 모함까지
[박정학의 역사산책]허위정보 만들어 모함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19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6년 사단법인 한배달 출범 초기 어느 날, 당시 단국대학교 윤내현 교수께서 단국대학교에서 열린 역사학회 회의 결과를 마무리하던 간부회의에서 나온 얘기라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박 과장(당시 나의 호칭)이 청와대의 밀령을 받아 한배달을 만들었다는 것이 사실이오? 지난 번 역사학회 행사 마무리 회의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한배달」이라는 단체가 보안사 박 과장이 주도하여 만들어졌다. 1981년 재야 사학자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 공청회를 만들어낸 젊은 군인들이 정부에 들어가 전두환 대통령을 설득하여 박 과장에게 비밀지령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숨은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우리를 공격해 올 텐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 우리도 시민들에게 우리 역사를 체계적으로 알리는 조직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어요.”

그해 7월에 사)한배달을 창립하면서 연세대 손보기 교수, 정신문화원 박성수 교수와 윤내현 교수를 이론적 버팀목으로 받들고 있었기에 이런 얘기를 내게 해주셨던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한배달 창립을 주도한 것은 이유립 선생과의 관계 때문이었지 청와대 쪽과는 어떤 접촉이나 언질도 받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 1년이 되지 않은 1987년 9월 20일 일조각에서 이기백을 책임편집자로 한 「한국사 시민강좌」라는 책 창간호가 나왔고, 이기백이 ‘창간사’에서 다음과 같이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박은식 선생께서 ‘학술로써 천하를 구한 자도 있고, 학술로써 천하를 살(殺)한 자도 있다’고 했다. 역사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세상에서는 민족을 위한다는 구실 밑에 한국사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함으로써 한국사학이 마치 제단 위에 놓인 희생물과 같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연구실과 시민을 연결시켜주는 끈이 필요하다는 역사학계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사 시민강좌’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현재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있는 쟁점들을 차례로 다루면서 한국사 관련 사실을 합리적·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체계화된 지식으로 제시하여 한국사의 진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 시민들의 많은 협조를 당부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2016년 10월 8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있었던 제1회 고고학과 역사학 연합 학술대회에서 고대사학회 회장인 연세대학 하일식 교수가 자신의 발표 주제와는 관계없는 위와 같은 내용의 얘기를 하면서 나를 비난했다는 말을 참석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주최 측의 방해로 녹화나 녹음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 증거가 없어 항의는 하지 못했지만, 그런 허위 정보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니 나로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은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매국 사학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라면 내 학문 논리에 대해 비판하면 될 텐데, 학자라는 사람들이 왜 학문적 반론 제기는 하지 않고 거짓말로 사람을 모함할까?

그들의 학문적 바탕이 빈약하다는 증거다. 그런 학자들에게 배우고 있는 이 나라의 학생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전 강원대 교수·역사학 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