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칼럼]“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이정호칼럼]“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16 2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온통 파란 물결이었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한바탕 세차게 몰아친 바람이었다. 여당이 압승하고 야당들이 지리멸렬한 그 진원지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면서 취임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의 지지율은 강고하다. 그것은 안정된 국정운영과 그가 가진 진정성, 대북관계와 균형감을 갖춘 외교력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일찍이 알아본 사람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나는 대통령감이 되겠나?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나이도 저보다 적은 믿음직한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연설은 또 이어졌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지만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오늘도 돕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오늘도 수고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귀에 쟁쟁한 노 대통령의 연설이다. 핵심 내용은 ‘자신이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격한 어조로 말하는 그의 연설에는 친구 문재인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 강한 자부심이 배어있어서 감동이 무척 크다. 하여튼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고, 문재인도 핵심 참모가 되어 국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 주류 사회와 메이저 언론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노무현 정부를 배척했다. 그래도 참여정부는 실패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10년도 더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고 있다.

선거가 끝난 어느 날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이상헌 국회의원의 봉하마을 길에 같이 가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리하겠다고 대답하고, 고헌 의사 증손도 동행 의사가 있음을 알렸다. 이에 앞서 그는 국회의원 당선 확정이 가까워지자 의원 활동을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바 있었다. 실제로 선거 다음날인 6월 14일에 이 의원은 같은 당 소속 북구지역 시의원, 구의원 당선인들과 같이 생가를 찾아가서 추모의 예와 다짐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날 고헌 의사 생가에 나가 의원과 갑장인 증손의 손을 맞잡게 했다.

버스로 이동한 봉하마을은 그리 멀지 않았다. 이 의원은 제단에 헌화하고 노 대통령 묘소 앞으로 다가가 당선증을 앞에 놓고 큰절을 올렸다.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지 어깨가 들썩거렸고, 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어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잠긴 목소리로 노 대통령에게 고유하는 모습에서 긴 세월의 한이 읽혀졌다. 발걸음을 사저로 옮겨서 권양숙 여사를 찾아뵈었다. 나는 권 여사에게 문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친구임을 떠올리며 이번 지방선거 압승과 함께 노대통령의 정신이 부활하고 있다고 하니 권 여사도 웃으면서 공감해주었다.

이 의원의 이런 동선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를 울산 북구에서 최초로 선언할 때 현장에 있었다. 그 후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울산 최초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되어서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선증을 가지고 봉하에 내려갔던 것이다. 내가 의원의 형제들과 오랜 정의(情誼)를 나누면서 가까이에서, 또는 멀리서 그를 지켜본 것은 아주 오래다. 그의 우직하고 한결 같은 속내가 훤한 인물과 큰 체격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음을 사람들은 다 안다.

또 다른 한 면은 고헌 의사에 대한 깊은 공경이다. 고헌 박상진은 대한제국 최초의 판사시험에 합격하여 평양지법에 발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고난의 길을 나섰다. 스승인 왕산 허위가 13도 창의대장이 되어 활약하다가 경성감옥 제1호 사형수가 된 것을 보고 스승의 뒤를 따른 것이다. 그 후 광복군 총사령이 되어 부사령 김좌진을 만주에 파송하는 등 큰 족적을 남기고 순국하였다.

이 의원은 같은 반열의 선열들과 같이 고헌 의사의 서훈 등급도 올리고, 추모지소를 확장하며, 의사의 혈손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갖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상헌은 이제 울산광역시 승격 이후 최초의 정통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그가 지켜온 뚝심과 문재인이 일으킨 파란 덕분이다. 이참에 이 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당선자 모두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 그의 진정성과 협상력, 팀워크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직함이 권위의 도구가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배지만 열심히 달고 다니기보다 문재인처럼 시민들의 좋은 친구 또는 훌륭한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이정호 수필가, 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