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사랑을 배우다-‘리틀 맨하탄’
소년, 사랑을 배우다-‘리틀 맨하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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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맨하탄' 한 장면.
영화 '리틀 맨하탄' 한 장면.

 

<리틀 맨하탄>에서 이제 10살의 게이브(조쉬 허처슨)는 불과 2주 반 전만 해도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그 때 게이브의 삶에는 노래와 친구들이 있었고, 온갖 모험들로 넘쳐났다. 나름 즐거운 인생이었다.

그런데 로즈메리(찰리 레이)가 끼어들면서 그의 인생은 지금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유치원에서 처음 만나 친구처럼 지내던 로즈메리가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게 된 것. 원래 로즈메리는 반에서 세 번째로 예뻤다. 하지만 이모 결혼식 꼬마들러리용 드레스를 입은 로즈메리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녀에게 반해버린다. ‘심장아. 나대지마’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대책 없이 뛰었다. 결국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뒤 게이브는 로즈메리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로즈메리의 태도는 다소 애매했고, 고백 후 그녀의 표정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게이브는 그만 제풀에 꺾여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토해낸 뒤 사실상 이별을 통보한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게이브는 갑자기 자기 인생에 끼어들어 이런 고통을 주는 “로즈메리”를 외치며 통곡하게 되고, 영화는 그 장면부터 막 시작된다. 그러면서 게이브는 자신보다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리틀 맨하탄>은 2주 반 만에 사랑을 알게 된 10살짜리 꼬맹이가 하는 사랑에 대한 조언이다.

보는 내내 아빠 미소를 발산하게 되지만 꼬맹이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첫사랑 이야기라고만 보기에 <리틀 맨하탄>은 조금 부담스럽다. 바로 게이브의 부모님 때문. 게이브의 아빠(브래들리 휘트포드)와 엄마(신시아 닉슨)는 1984년 여름 한 숲속 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그해 여름 달빛 아래에서 이뤄진 사랑의 속삭임은 전설이 됐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둘은 지금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아빠와 엄마는 1984년 캠프의 전설을 이젠 “옛날 옛적 이야기”라고만 할 뿐이다.

사랑도 인생이 있다. 사람처럼 태어나 자라고, 그러다 늙거나 병들어서 마침내 사망에 이른다. 극중에서 게이브도 “경험상 사랑은 끝이 나고야 만다”고 조언한다. 그걸 게이브의 아빠와 엄마는 조금 긴 사이클로 겪었을 뿐, 어린 게이브가 겪은 2주 반과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입부에서 게이브도 말한다. “10살 짜리 꼬마에게 2주 반은 평생과 같은 시간이죠.”

그랬거나 말거나 사람의 인생은 사랑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크게 나뉜다. TV와 게임, 그리고 친구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게이브의 인생도 로즈메리가 끼어들면서 최악의 고통을 겪게 된다. 아빠와 엄마의 이혼 따윈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가장 눈물겨운 건, 기습 키스 후 로즈메리가 며칠 전과 같지 않자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2주 반 전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는 게이브의 모습. 사랑이 고통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상이 무너지기 때문이 아니던가. 침대에서 로즈메리의 사진을 부여잡은 채 울부짖는 어린 게이브가 말한다. “어쩌자고 이런 고통스러운 일을 시작한 걸까요?”

하지만 어쩌겠나. 사랑이 가장 즐거운 걸. 마약이 나쁜 이유는 어쩌면 사랑과 비슷하지 않을까. 중독된다. 그래서 첫사랑은 특별하다. 외로움이란 걸 알고 난 후 하게 되는 대부분의 사랑이 ‘사랑’에 대한 사랑일 수 있다면 첫사랑은 그래도 오롯이 ‘그 사람’에 대한 것이니. 해서 어린 게이브도 이런 조언으로 자신의 짧은 러브스토리를 마무리 짓는다.

“뉴욕 러브스토리를 원하세요? 바로 이게 뉴욕 러브스토리죠. 예쁘진 않을 거라 경고했었잖아요. 사랑은 바보들이나 하는 끔찍한 일이죠. 심장을 도려내고, 당신을 바닥에 내동댕이쳐요. 그래서 결국 얻는 건 뭐죠? 떨쳐버릴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 몇 조각뿐이죠. 진실은 다른 여자들도 있다는 것. 그러길 바라죠. 그래도 제게 첫사랑은 언제나 로즈메리일 겁니다.”

2018년 6월 27일 개봉. 러닝타임 90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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