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도 세계 무역전쟁의 심각성 공감해야
노동계도 세계 무역전쟁의 심각성 공감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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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EU 이른바 글로벌 빅3의 무역전쟁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무역전쟁을 두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무역분쟁으로 평가하면서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 또한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로 입게 될 데미지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최고 25% 관세 부과 방침이 이달 내로 결정될 모양이다.

25% 관세가 수용되면 단순 계산으로 지난 한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우리 차량 84만여대가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EU도 보복관세에 들어갈 것이 확실한 데 그렇게 될 경우 EU 수출도 곤경에 처하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생산분 가운데 80%가 수출물량인데, 高관세가 현실화되면 거의 재앙수준에 가까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 가운데 대략 2개 정도의 공장이 문을 닫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조만간 나올 미국 정부의 결정은 우리 기업의 생존과 근로자 일자리의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찻값 상승으로 소비와 기업이익 감소, 고용위축을 초래할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 GM조차 트럼프 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작금의 우리 자동차산업은 비상시국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서 미국의 정책노선을 선회시키려 노력 중이고,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일념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현대차, 한국GM, 르노삼성을 순회하며 자동차업계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모든 유관 단체들이 정부와 보조를 맞춰 트럼프 행정부에 우리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전 방위 공조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 기업과 협력사 그리고 우리 기업의 미국 현지 근로자들이 일제히 관세부과 철회를 요청한 것은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현대차 노조도 한미 FTA 재협상으로 우리 자동차산업이 패널티를 받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관세를 올리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한국을 관세 부과 예외 국으로 분류시킬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관세 25% 부과는 현대차 미국공장과 국내공장 직원들의 일자리를 동시에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노조도 세계 무역전쟁이 몰고 올 파장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깨달은 것 같다. 美관세정책은 우리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일찌감치 전면에 나섰어야 했다. 그렇다고 노동계더러 反무역전쟁의 투쟁 깃발을 올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관세부과의 부적절성을 알리는 데에 정부, 기업과 협력하라는 것이다. 다소 타이밍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미국 정부를 향해 노동계 목소리를 전달하게 된 것은 정부와 기업, 협력사 등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긴박한 시국에서조차 파업을 감행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파업을 벌인 데 이어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현 시국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중차대한 이 시기에 회사를 향해 투쟁의 깃발을 곧추세울 것이 아니라 하나로 결집해서 무역전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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