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알록달록한 ‘돌담길’
아기자기 알록달록한 ‘돌담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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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빨리 간다. ‘돌담길’이 그렇다. 단지 ‘돌담길’ 칼럼 한 편 썼을 뿐인데 벌써 올해도 반년이 흘렀다. 아니 아직 올해도 반년이 남았다. 사실 ‘돌담길’은 진지한 글을 쓰면서 싹튼 정이라기보다는 정기모임에서 기울인 술잔이나 화학네트워크포럼에서의 뒤풀이를 통하여 쌓은 잔정으로 단단해졌다. 열여덟 명의 각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아집을 삭히며 상대방을 배려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험난한 세상에서 죽기 살기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솔직히 ‘돌담길’을 처음 시작할 땐 걱정이 많았다. 크기가 서로 다른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면서 단단하게 돌담을 쌓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웬만한 기술자가 아니면 돌담이 쉽게 무너지리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여 한 바퀴도 채 돌지 않았을 때 돌담이 흔들렸다. 1기 중에서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네 명의 필진이 집단탈퇴를 알려왔다. 알아보니 전날 밤 모임을 가지면서 결정한 거란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직접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돌담길에서의 인연은 그것으로 족했다.

하나의 돌이 올려질 때마다 그 사이엔 알록달록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향기로운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마당으로 퍼져 나간다. 계속 돌담이 연결되다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생길 것이다. 길은 이어짐이다. 길을 통하여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난다. 오늘도 억지로 만들지 않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돌담길을 찾아내 혼자 걷고 싶다. 인연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찾아온다. 어느 날 살며시 내 옆에 자리잡는다. 그런데 그 인연을 잡고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느냐는 본인의 노력과 태도에 달려있다.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서 다가온 인연을 잡는다면 우리네 삶은 크게 살찔 것이다.

상반기 ‘돌담길’엔 어느새 17개의 아기자기한 돌이 쌓였다. 무술(戊戌)년에도 ‘돌담길’ 이어져(이동구), 선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종철), ‘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온 편지(홍성희), 좁은 길엔 ‘미니 소방차’가 출동합니다(노성왕), ‘미인대칭(微人對稱)’의 중요성(공영민). 산업혁명! 누구나 일으킬 수 있다(김대환), 소리 없는 암살자, ‘미세먼지’(김보성), ‘인생 2막’을 펼치는 초년병의 바람(김영균), 믿음과 신뢰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이경).

어린 시절 비행기를 향한 사모곡(임호), 일과 삶 균형 맞추는 ‘워라밸’ 실천(이동서), 진정 행복한 사회공동체가 되려면(서영호), 성공의 열쇠는 ‘권력 아닌 매력’(송인옥), ‘마나우스’의 뼈아픈 교훈(전재영), 모두가 행복하려면 소통이 중요(최상복), 우리 곁에 찾아온 4차 산업혁명(이일우), 서툴기만 한 아들과의 대화(심상빈). 각기 돌마다 색깔이 다르고 크기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소중하다. 또 특별한 매력이 묻어난다. 코끝 찡한 공감과 가슴 벅찬 긍정의 힘이 담겨있다.

2년 사이에 벌써 아기자기한 40개의 돌이 쌓이다보니 돌담 사이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나 알록달록 보기에 참 좋다.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처럼 ‘돌담길’ 필진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그저 소박한 마음으로 스스로 흔들렸던 과거 경험을 떠올리고 동시에 그 안에서 얻은 자신의 깨달음을 따뜻한 언어로 써 내려가면 된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하면 된다. 그러면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을 만날 수 있다.

돌담길!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게 결코 녹록치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돌담길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만큼 좋은 사람도 없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앞으로도 느릿느릿 부족한 듯 지구에 최소한의 발자국만 남기며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싶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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