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에 회복 기미를 보였던 울산지역 제조업체의 체감 경기가 다시 악화됐다.

미국이 촉발한 무역 전쟁이 격해지고,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환경 변화로 인해 글로벌 및 내수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 심리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최근 지역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BSI가 2분기보다 18p 하락한 72로 집계됐으며 기준치(100)를 여전히 하회하면서 13분기 연속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울산상의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105를 기록하며 기준치를 넘었던 울산지역 BSI는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2분기 세계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90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불과 1분기 만에 기대심리가 다시 크게 가라앉았다.

업종별 BSI를 보면 자동차업종(68)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과 미국의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부과 등 통상압력, 통상임금 소송, 공장 가동률 하락과 같은 국내외 대형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정부가 전기차·수소차 개발 확대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대대적인 관련 제도 정비를 예고해 체감 경기 개선에 다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울산상의는 설명했다.

정유·석유화학업종(72)은 고유가와 원화 강세로 부진했던 상반기 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산업 리스크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줄고, 석유화학업체는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원가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현재 배럴당 70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불확실성 해소로 65 달러 선으로 하락할 경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울산상의는 전망했다.

조선업종은 현대중공업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유조선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 수주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수주 목표 달성 기대감으로 인해 3분기 전망이 88로 지난 2분기(7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분야의 경우 다음달부터 야드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43개월째 수주 실적이 전혀 없어 시황이 완전하게 회복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울산상의는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서 지역 기업들은 주요 대내외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용환경변화(32.4%), 환율변동(20.4%), 유가상승(19.4%), 금리인상 가능성(5.5%), 통상마찰(3.7%), 남북관계변화(2.0%) 등을 꼽았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환경 변화가 얼마나 부담을 줬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정도 부담(56.3%), 매우 크게 부담(30.2%) 등으로 답변, 응답자의 86.5%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유연근무제 활성화(30.8%), 집중근무시간 관리(25.0%) 등으로 응답했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도 21.2%나 됐다.

또한 최저임금 상승에 대비한 대응 방안으로는 신규채용 축소(40.9%)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응답도 20.4%였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철강 관세부과에서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자동차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높아지는 수출 장벽, 글로벌 경쟁 심화, 고용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안 요소들의 확산으로 인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하고 있어 하루빨리 산업 전체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BSI는 기업들의 현장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전 분기에 비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김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