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 무역전쟁, 정부·기업 ‘비상’ 노동계 ‘뒷짐’
美-中·EU 무역전쟁, 정부·기업 ‘비상’ 노동계 ‘뒷짐’
  • 윤왕근
  • 승인 2018.07.0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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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부과에 中·EU 등 반미 연대 강화 움직임

최근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출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과 달리 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미국발 무역조처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미 무역대표부가 지난달 확정한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 산업부품, 기계설비, 차량, 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 폭탄에 똑같은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며 반격에 나섬과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유럽 등과 반미 연대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EU간 무역전쟁도 확전 양상이다. EU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등 미국의 상징적 브랜드 제품을 겨냥한 1차 보복관세에 이어 이제는 필수 기본식품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EU는 미국, 한국, 일본 등 수입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고관세 부과 방침을 세우자 EU가 반발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수입차 중 독일차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세를 올릴 경우 EU도 관세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EU로 수출하는 한국차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 산업은 미-중, 미-EU간 고래싸움에 끼인 상황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가 78.9%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보복에 따른 중국의 수출감소는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수입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과 비교도 안될 수준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EU 등 다른 국가들이 보복 관세에 나서면 전 세계적으로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대 2조 달러(22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함. 우리의 경우 단순계산으로 최악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에 불어 닥칠 파장을 우려해 미국발 무역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자동차부문으로 확대되면 미국내자동차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투자위축, 감원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미국 자동차업계 대표인 GM조차 자동차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관세가 현실화하면 GM의 규모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만도, 대원, 한화첨단소재, 리한 등 미국에 있는 현대기아차 1차 부품 협력사 26곳과 현지 딜러 협의회도 최근 미국 상무부에 “25% 관세는 부품 협력사와 딜러사에 소속된 수만 명의 미국 근로자 생계가 위태롭게 되고 차량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미국 고객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가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상무부 공청회를 거쳐 이달 내로 232조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가운데 미국 업계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의 이의 제기가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실제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관세부과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과 달리 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미국발 무역조처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그 동안 각종 정치투쟁에 깊숙이 관여했던 노동계가 대공황 이후 가장 파급력이 큰 이번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역 한 노사 전문가는 “정부와 기업, 협력사, 딜러 등 모든 유관 단체들이 관세부과를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 고용연관이 있는 노동계가 이 문제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히려 협조와 지원은커녕 관례적인 파업으로 기업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 금속노조가 오는 13일 산하 전 사업장의 파업을 이미 예고한 데 이어 현대차노조는 오늘 임금협상 관련 파업여부를 결정하는데 파업 가능성이 높아 보임.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우리 정부나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습관성 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보조에 맞춰 미국의 무역조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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