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북구청 대회의실
7월 6일, 북구청 대회의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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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6일 오후 4시, 울산북구청 대회의실. 그리 거창하진 않아도 의미 깊은 행사가 하나 열렸다. ‘한국자유총연맹 북구지회 초대 및 제2대 회장 이·취임식’. 입구는 ‘북구청 개청 이래 가장 많은’ 화환이 행사의 무게감을 더해주기라고 하는 듯 도열해 있었다.

객석 200개가 모자랄 정도로 열기로 가득 찬 행사장. 그러나 ‘여는 시간’만큼은 정시를 넘겨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알고 보니 바로 옆 북구문예회관 공연장에서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와 시간이 맞물린 탓이다. 이·취임식은 이동권 신임 북구청장의 도착시간에 맞춰 시작됐다. 구의원과 시의원, 국회의원 등 북구 출신 당선인 전원이 그와 보조를 맞추며 들어왔다. 누런 금배지의 물결이 잠시 출렁거렸다.

필자도 초대받은 손님의 한 사람. 하지만 자리는 일부러 뒤쪽을 골라서 앉았다. 뜻하는 바가 있었다. 행사장의 전체 분위기를 몸소 느끼고 싶어서였다.

일 년 전 7월 6일 역시 의미 깊은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순방길의 쾨르버(Koerber)재단 초청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던 바로 그 역사적인 날이 7월 6일 아닌가. 베를린 구상의 5대 기조였던 △한반도 평화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한반도 신경제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은 고스란히 ‘4·27 판문점 선언’에 담겼고, 이 구상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전쟁 종식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마침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홀씨를 퍼뜨리기에 이른 것.

‘아시아민족 반공연맹대회’를 계기로 1954년 6월 이승만-장제스에 의해 창설된 이후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반공단체 ‘한국자유총연맹(KFF=Korea Freedom Federation)’. 과연 KFF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바람을 반기고 있을까? 호기심은 마이크를 잡은 몇몇 VIP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김칠석 신임 지회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64년간 자유총연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 온 점을 상기시켰다. 곧 이어 “새로운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변화와 쇄신을 위해 회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27년간의 황무지’ 울산북구에서 지회를 손수 조직한 후 3년간 가꾸고 보살펴 온 신명숙 초대 지회장(여·제6대 시의원)의 이임사는 온도차가 제법 컸다. 그녀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통일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존재는 자유총연맹의 호국 역사와 순국선열·장병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의 교육부가 초·중등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표현에서 ‘자유’를 삭제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행사장 입구의 반대 서명에 다 같이 동참하자.”

박민호 자유총연맹 울산지부장의 치사, 이동권 북구청장의 축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사회자(북구지회 청년회 총무이사)가 프로그램에도 없던 축사를 이상헌 국회의원에게 부탁했다. 그 순간 장내가 잠시 술렁거렸다. 이름을 “이재헌”으로 잘못(?) 부른 것. 그러면서 양해를 구했다. “사회가 초짜라서….” 이 의원이 특유의 몸짓으로 일어나 태연스레 마이크를 잡았다. “사실 오늘은 인사를 안 하려 했는데 이름도 알릴 겸 올라왔다. 우리 북구에는 그동안 진보니 보수니 하며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자유총연맹 구호처럼) ‘국민통합’ 시대로 가야하고, 그래야 북구가 발전할 수 있다. 민주당이 시의원, 구의원, 구청장 다 됐다고 해서 불안해할 것 없다. 까딱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같이 대화나 하자.”

남북, 북미 간 화해 모드가 한창이라지만 울산북구에는 아직도 냉전논리가 우세한 것 같다는 느낌이 짙었다. 두 진영 사이에 실존하는 마음의 크레바스는 언제쯤 메울 수 있을지….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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