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의료체계 향상을 위한 조언
군(軍) 의료체계 향상을 위한 조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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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이 군 병원 특혜 의혹을 일으켰다. 올해 2월 입대한 지드래곤은 5월초 발목 불안전 증세로 국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입원하여 회복하는 과정에서 병사 계급은 사용할 수 없는 이른바 ‘대령실’을 사용했다는 일로 논란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한 공중파방송사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격해부 국군병원’이라는 주제로 2016년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의 사건을 다루면서 군 병원과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고 홍정기 일병은 급성백혈병 증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의무대에서 두드러기약과 감기약 처방을 받다가 2주 만에 숨을 거두었다.

이와 유사한 사건도 있었다. 필자가 현역 시절인 2011년 5월, 야간 행군훈련을 마치고 온 훈련병이 고열 증세를 보이자 연대 의무실에서는 타이레놀(해열제) 2정으로 1차 처방을 마쳤다. 이 훈련병은 그러나 그 이후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다가 뇌수막염으로 인한 패혈증과 급성호흡곤란 증세로 숨을 거두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내용의 사건들이지만, 군 의료체계의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도 잘되고 있는 부분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발전시키면 되겠지만, 부족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은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설령, 증세가 가벼워 보이는 환자라 할지라도 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보살피고 특히 그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필자 주변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군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졌음을 알 수 있다. 분명 잘못된 부분은 비판과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사실, 현재의 우리 군 의료체계는 과거 10~20년 전보다 계속 발전하고 있는 진행 단계이다. 하지만 그 한계점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의료 전문인력 부족과 예산 부족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는 대대급 또는 연대급 부대에는 전문의 군의관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곳에 전문의를 보조할 간호인력이 없거나 그 업무를 의무병사들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대·연대급 부대에는 치료 및 검사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18년 기준으로 군 의료 예산은 전체 국방 예산의 0.6%이다. 여기에는 군 의무관 및 간호장교의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이라면, 최신 의료장비 확충과 의료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는 엄두도 못 낸다는 얘기가 된다.

일반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7년부터 국방부에서는 ‘2017∼2021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때 우리 군이 진료능력 개선이 미흡해 군 의료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7가지 추진과제를 선정한 일이다. ‘7가지 추진과제’란 △사단 이하 의무부대의 입실(입원) 최소화 △군 병원의 능력 강화 △무자격 의무병의 의료보조행위 개선 △군 병원의 예약·방문 시스템 개선(병사가 원하는 시간에 간부 인솔 없이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함) 등이다. 

이제 우리 군은 이미 제시한 의료 발전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그 추진동력이 부족하다면 원인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진단해 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병원의 모토를 환자 제일주의(Patient First)’로 정하고 CEO부터 전 직원이 노력한 결과, 환자 경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거듭난 사례를 교훈으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군에서는 영내 병영생활로 인해 원활한 진료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병사 계층에 대해, 입대할 때처럼 건강한 모습을 늘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병사 계층의 기본적 인권과 복지 차원에서 일반사회와 발맞춘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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