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유보 현대차노조, 협상정신 이어가길
파업 유보 현대차노조, 협상정신 이어가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0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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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자동차노조)가 합법적 파업의 기회를 어렵사리 잡고도 돌연 파업을 유보하고 사측과의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7년 연속 파업’의 가능성을 우려하던 지역 경제계나 시민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노조가 모처럼 보여준 협상정신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본란은, 이유 여하 간에, 노조의 이번 용단을 쌍수로 환영하며 교섭의 뒤끝이 노사, 지역 경제계, 시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현대차노조는 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교섭 재개 방침을 세웠으며 이에 따라 4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10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인 다음 파업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2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전체 조합원(5만417명)의 65.62%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또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도 노조는,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무게의 중심을 교섭 재개 쪽으로 옮겼다. 그러면서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보조를 맞춰 오는 13일 6시간 부분파업과 상경투쟁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해서 작은 우려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지난 2일 현대차노조의 찬반투표 결과 파업 쪽으로 가닥이 잡힐 듯하자 지역 경제계는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울산 자동차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각계가 전력을 다하는 마당에 이뤄진 파업 결정은 경제 불황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사 양쪽이 양보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호소했다. 물론 노조가 파업 유보, 교섭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이 지역 경제계의 호소에 전폭 공감한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노조가 ‘여름휴가 전 타결’을 배수의 진으로 친 가운데 사측을 최대한 압박해 가장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낼 심산이 더 컸을 게 분명하다.

그 과정이나 배경이야 어떻든 현대차노조가 모처럼 유연성을 보여준 것은 매우 칭찬받을 일이다. 노조가 이렇게 나온다면 사측도 똑같이 유연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울산상의 관계자가 자제를 호소한 대상은 노조만이 아니라 노사 양쪽이었다. 사측에 정작 필요한 것은 노련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노조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노조에게도 한 마디 더 첨언하면, 13일로 예정된 부분파업과 상경투쟁이 자동차 생산에 현저한 차질을 가져오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현대차 노사의 지혜로운 대응은 지역경제계와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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