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비판적 지지, 반드시 이끌어낼 것”
“노동자 비판적 지지, 반드시 이끌어낼 것”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8.07.03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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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전 정의당 울산시당위원장
김진영 정의당 울산시당위원장.
김진영 정의당 울산시당위원장.

 

32년 엔진분야 한 우물 판 ‘현대중공업 맨’

그의 명함 맨 위의 공식 직함은 ‘현대중공업(주) 노동자’다. 현직에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노동특보’와 ‘통일산악회 회장’이 그것. 그렇다면 전직은 어땠을까?

역순(逆順)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전(前) 정의당 울산시당 위원장(2016.8∼2018.5)’이 가장 최근의 직함. 그 전에는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2006년 북구청장 출마(43.2% 득표) △제3대 북구의회 전반기 의장 △제2대 북구의회 의원을 지냈고 △’현대엔진(주) 노조부위원장’도 역임했다. 더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신상명세서의 압축판이다.

53세 김진영(‘통일산악회 회장 직함’을 빌어 편의상 그에게 ‘회장’ 호칭을 붙이기로 한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 바람을 등지고 있어야 할 때 김 회장은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로 돌아간다. 따지고 보면 ‘골수 현대중공업 맨’이다.

1986년 12월, 현대그룹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32년차다. “지금 몸담은 현대중공업이 첫 직장인데, 3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거지요.” 디젤엔진발전 설계·입찰·공사수행이 그가 맡은 업무다.

그래도 ‘정치 밥’ 먹은 지 10년이다. 그 사이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안 좋은 쪽이지만,회사 사정이 참 많이도 변했다. 그래서 원대 복귀한 지금, 회사 방침에 몸을 맡기려고 애쓴다. 애사심이 강한 탓도 있다.



요청 오면 주말에 ‘인생 2모작’ 외부특강

전공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따금 요청이 들어온다. 이렇게 나가는 외부특강은 주로 주말 휴무시간대를 이용한다. 울산대 정책대학원 전공은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논문은 ‘장년직장인의 성공적 은퇴설계를 위한 정책과제’ 즉 ‘인생 이모작’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 족집게 초청이라 해도 될 법하다.

6·13 지방선거가 끝난 요즘 자주 발길이 가는 곳이 있다.

김 회장과 동료 농군들의 땀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북구 상안동 쌍용아진아파트단지 근처 ‘마당쇠마을 초록농원’(일명 ‘상안 주말농장’)과 북구 창평동 26-2의 ‘차일 주말농장’이 그곳.

2010년에 일군 상안농장에는 마당쇠마을 협동조합원들의 주말텃밭 60고랑이 있고, 그보다 5년 뒤에 개척한 차일농장에는 대부분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차지한 주말텃밭 44고랑이 있다. (여기서 ‘한 고랑’은 너비 1.5m, 길이 12m 크기의 텃밭을 말한다.)

두 주말농장 사이엔 차이점이 있다. 상안 쪽이 빌린 땅이라면 차일 쪽은 사업파트너 정경숙 씨(마당쇠마을 사무국장 겸 협동조합 총무이사)와 같이 사들인 ‘엄연한 우리 땅’이다. 차일농장에 더 애착이 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울산∼포항 복선전철 제2공구 공사가 끝나면 농장 근처 도로사정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그리 되면 차일농장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을지도 모르지요.” 어쨌거나 주말농장 두 곳을 한꺼번에 소유하고 있는 그를 조합원들은 마음 편하게 ‘농장장’이라고 부른다.

지난 3월 11일 북구 상안동 ‘초록농원 개장식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기념촬영에 나선 마당쇠마을 주말농장 회원들.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김진영 회장.
지난 3월 11일 북구 상안동 ‘초록농원 개장식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기념촬영에 나선 마당쇠마을 주말농장 회원들.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김진영 회장.

 


진실모→마당쇠마을…”한 지붕 세 가족”
마을기업 ‘청솔두부촌’, 사회적경제 실천

비영리 봉사단체 성격의 ‘마당쇠마을’을 설립한 시기는 2000년 6월. 이 시점은 김 회장이 북구 제1선거구 보궐선거에서 갓 당선한 새내기 북구의원 시절이니 연은 그의 정치인생과 매우 끈끈하게 맺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때 자원봉사로 도와주신 분들이 ‘지방자치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그래서 만들어 붙인 이름이 ‘진정한 지방자치 실천모임’이었지요. 줄여서 ‘진실모’라고도 했고.”

그러다가 6년 후 이름을 ‘마당쇠마을’로 바꾼다. ‘마당쇠’의 상징성에 주목한 것일까. 옛날, 양반집에서 마당을 쓸고 잔심부름을 하는 하인을 일컫던 낱말 ‘마당쇠’는 사실 ‘머슴’ ‘섬김’의 뜻은 물론 ‘노동자’의 뜻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 ‘노동자 후보’로 자처하는 그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매력적인 이름이다.

18년이 흐르는 사이 마당쇠마을의 마당도 어느 만큼은 넓어졌다. 산악회와 협동조합, 주말농장이 어우러져 ‘한 지붕 세 가족’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

김 회장이 어림잡아 말하는 ‘현재까지의 등록회원’은 세 모임 통틀어 1천200명 남짓. 산악회 900명, 협동조합 34명, 주말농장 200명, 일반회원 100명을 대충 합친 숫자라 했다.

특기할 일은 협동조합 가족들이 2013년 5월 북구 연암초등학교 근처에다 두부전문음식점 ‘청솔두부촌’을 개업한 일이다.

식당일을 사진작가인 정경숙 총무이사와 조합원 몇 분이 교대로 보면서 ‘’여전히 잘나가는 음식점’으로 자리를 굳혀 놓았다.

지난해 5월에는 행정안전부가 장려하는 ‘마을기업’에도 당당하게 선정돼 ‘사회적 경제’에 대한 실천적 경험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그 나름의 철학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돈 중심’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사람 중심’인 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적 경제는 소수 개인의 이익보다 다수의 보편적 이익 추구를 중시하고 이윤보다 구성원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봅니다.”

6·13후에도 한국당 이어 ‘제3당’ 지위 확보

6·13 지방선거 전까지 약 2년 가까이(2016.8∼2018.5) 그의 직함은 ‘정의당 울산시당 위원장’이었다. 위원장직을 그만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북구청장직에 대한 도전 의지 때문에…. 하지만 끝내 좌절을 맛보고 만다. 민중당 후보와의 경선이란 높은 벽을 넘는 데 실패하고 만 것. 그래서 이번에는 ‘선대본부장’직을 맡아 구의원 후보 2명을 비롯한 당 소속 출마자들의 선거 지원에 나섰지만 이마저 쓴 잔을 들고 만다.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 울산에서 전패하고 말았으니…. 그러나 얻은 소득이 있었고 발견한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얻은 소득’이란 민주당, 한국당에 이어 정의당이 제3당으로 도약한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긴 그랬다. 울산지역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민주 47.0%, 한국 33.28%, 정의 6.45%로 나타났고 민중 5.32%, 바른미래 5.24%, 노동 1.74%, 녹색 0.47%가 그 뒤를 이었다.

‘제3당=정의당’ 공식은 지방선거 이후 한국갤럽, 리얼미터가 몇 차례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 결과에도 어김없이 반영됐다. 특히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5~27일, 3일 동안 전국 성인 1천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10.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한겨레신문. 6.28) 이 보도는 정의당에 대한 지지율이 10.1%로 나타나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얘기였다.


“진보진영 뭉치면 위력”…차기총선 도전의지

‘발견한 가능성’이란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가리킨다. “진보진영 지원을 받은 노옥희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된 것을 보면 울산에서도 진보진영이 단결만 하면 당선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고민이 크다. 자체분석 결과, 이번 울산지역 선거에서 정의당이 예전과는 달리 노동자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너진 노동자의 축을 복원하고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무엇보다 민중당과의 관계설정이 핵심과제이겠지요.”

당장 시급한 것은, 2년 안쪽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을 당 차원에서 내실 있게 준비하는 일이다. 그리하자면 진보정당의 절대적 지지층인 노동자의 민심부터 껴안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김 회장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노동자들의 ‘비판적 지지’와 함께 ‘진보정당답다’는 평가도 반드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겁니다.” 그의 이 말 속에는 차기 총선에 대한 자신의 도전 의지도 같이 넘쳐나는 것으로 비쳐졌다.

포항이 고향인 부인 백다연(50) 여사 중매로 결혼,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고 있다. 요양병원을 오가며 8순 노모를 돌보고 있는 부부 사이에는 대학원 다니는 규련(25) 양과 군복무 마치고 대학교 2학년에 복학한 성수(23) 군이 있다.

가훈은 ‘根固枝榮(근고지영)’.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 “근본이 튼튼해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태어나고 자란 본가는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가까운 ‘북구 송정동 241-7번지’이지만, 거처는 북구 화봉동 한우리아파트로 정해놓고 있다. 송정초등학교와 울산중학교를 거쳐 울산공고를 졸업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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