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일상과 대비되는 ‘개츠비’
팍팍한 일상과 대비되는 ‘개츠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7.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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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늘어난다는데 나는 왜 이리 가난할까? 한번쯤은 고민했던 내용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는 그간 영화, 드라마, 연극, 오페라, 음악,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파생 상품을 낳았을 정도로 스토리가 좋은 소설이다. 영화만 해도 5편이 나왔다. 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가난에 허덕이는 한 청춘의 꿈, 그리고 절망을 그린 영화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자 청년을 만난다. 돈도 안 벌고 직업도 없는 그는 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가에 살며 포르쉐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 주인공에게 부자 청년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일명 ‘개츠비’로 통하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은 부의 편중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래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들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잘살게 될 거라는 희망마저 없어진 빈곤층이 많아지면 흑화(黑化)현상 등 사회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흑화를 한자 뜻대로 그냥 풀어보면, ‘검게(어둡게, くろ) 되다’, ‘검게 변한다’ 같은 뜻인데, 선량한 인물이 어떤 일을 계기로 사악함에 물드는 것을 말한다.

각종 통계를 보면 부자 숫자는 확실히 늘고 있다. 그들만의 부만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의 자료를 보면 부자들의 상속재산과 증여재산은 가파른 증가 추세다. 국민 상위 0.47%가 총 금융자산의 16.3%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뿐만이 아니다. 매달 벌어들이는 소득에서도 부유층과 중하위층의 격차는 뚜렷해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6년 0.3033에서 2016년 0.4018로 악화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로 표현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의미다. 빈익빈 부익부를 대표하는 교육에 대한 투자에서도 부자와 서민은 차이가 난다. ‘부잣집 아이’는 어릴 때부터 멀찌감치 앞서서 달린다. 결혼할 때도 차이가 벌어진다.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은 자녀 결혼에만 6억∼7억원을 썼다. 중산층 부모의 결혼자금 지원 금액은 평균 6천359만원에 불과하다.

물려받은 재산, 소득, 교육에서의 격차 탓에 계층 간 이동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붕괴했는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가구에 속한 자녀가 중산층에 도달하기까지 5세대가 걸린다고 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했을 경우, 소득 하위 10%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서는 데 150년이 걸리는 셈이다.

문제는 부자들의 부가 늘어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몰려있는 1인 가구의 지출은 소득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자살률도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16년까지 13년 연속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부(富)의 집중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지만 우리는 이미 연간 경제성장률 3%도 버거운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고,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고령화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성장률 저하 등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취업난은 가중되고 있다. 소비심리도 위축돼 자영업자들이 힘들다.

고도 성장기에는 취업 찬스가 많아 개인이 노력만 하면 역전할 기회가 열려있었지만,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가 절대적이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다.”는 속담은 있다지만 서민들은 “산 좋고 물 좋고 얼쑤 좋다”를 갈구함을 위정자(爲政者)들은 곱씹어보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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