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기관장 자리, 누가 자꾸 넘보나
문화예술기관장 자리, 누가 자꾸 넘보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8 2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속담에는 재미난 표현들이 참 많다. 세속의 변화에 따라 ‘방송용어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표현들도 적지 않다. 일의 순서나 속도 조절에 대한 지혜를 심어주는 속담도 예외가 아니다. “급하기로 콩밭에 간수 칠까”, “급하다고 콩 마당에 간수 치겠다”는 표현은 오히려 점잖은 축에 속한다. “급하다고 밑 씻고 똥 누겠다”, “급하다고 갓 쓰고 똥 사랴”쯤 되면 뉘앙스가 달라진다. 어쨌거나 이 모두 ‘아무리 급해도 때와 순서를 기다리는’ 지혜를 넌지시 가르쳐주는 잠언 같은 말씀들이다.

속담을 느닷없이 끄집어내는 이유가 있다. 시장직 인수위를 둘러싼 잡음이 당사자는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시장후보 캠프에서 활약하던 A씨는 최근 인수위원도 아니면서 인수위 논의석상에 나타나 울산시 간부를 상대로 ‘완장의식’을 발휘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 소식은 27∼28일 지역 방송과 신문에서 비중 있는 기사로 다뤄졌다. 한 지역방송은 <당선인 인수위 갑질·불통 논란>이란 제목을, 한 지역신문은 <시민소통위원회는 호통·불통위원회>란 제목을 달았다.

이 코미디 같은 ‘갑질’ 논란은 A씨의 지나친 감투욕 때문에 빚어졌다는 게 시장직 인수위(=시민소통위원회) 안팎의 중론이다. A씨는 시 산하 특정 문화예술기관의 수장 자리를 꿰차기 위해 이 기관이 출범하기 전부터 시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이란 ‘시 사업소’ 격인 울산문화예술회관과 울산박물관, 시 출연 공익법인인 (재)울산문화재단을 가리킨다. 이들 기관의 수장 임기는 문예회관장이 2019년 2월말, 박물관장이 올해 11월 중순, 문화재단 대표가 2019년 1월말까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장직 인수위 안팎에서는 이들 기관장의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논란을 키운다. 표면적 이유는 당선인에게 임용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런 한편, 이 같은 움직임을 비판하는 기류도 동시에 감지된다. 남은 임기가 길어야 8개월, 짧게는 5개월인데 왜 자꾸 흔들지 못해 안달인가 하는 반응들이다. 특히 이들 기관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나 경륜이 어느 누구 못지않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A씨의 경우처럼 시장직 인수위 안팎에서 불거지는 소위 ‘갑질’의 대상은 이들 기관장 자리뿐만이 아니다. 특정 문화예술단체의 예산증액 요구도 그 중 하나다. 문제의 단체는 최근 울산시 유관부서에 공문을 보내 “운영비를 올려달라”고 압박했다는 구설수에 올라있다. 사실이라면 ‘완장 찬 점령군 행세’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랬다”는 말이 있다.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는 말도 있다. 이 모두 우리 선조들이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의 산물이다. 속담이 의미하듯 매사에는 때가 있고 순서가 있는 법이다. 계속 모시지는 못할망정 얼마 남지 않은 임기라도 가로채야겠다는 ‘발목잡기’식 정서는 우리네 미풍양속에도 맞지 않고,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