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세계관과 마블세계관-‘맨 오브 스틸’
DC세계관과 마블세계관-‘맨 오브 스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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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 오브 스틸’ 한 장면.
영화 ‘맨 오브 스틸’ 한 장면.

살다 보면 뭐든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처음 볼 땐 몰랐다가 다시 보고서야 그 가치를 제대로 깨닫곤 한다. 최근에 DC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다시 봤던 내가 그랬다. 2013년 <맨 오브 스틸>부터 지난해 <저스티스 리그>까지 싹 다 다시 봤는데, 처음 볼 땐 못 느꼈던 전율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처음엔 몰라봐서 미안하기도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DC의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를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보듯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사실 시작도 미국 원작 만화에서는 <저스티스 리그>가 먼저였고, DC와 마블의 작품은 화면의 질감부터 다르다. 마블이 상대적으로 밝고 가볍고 유쾌하다면 DC는 우중충하고 무겁고 진중하다. 결국 마블은 그냥 즐기면 되지만 DC는 생각을 좀 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우리들 삶도 대부분 우중충하고 무거우니까.

아무튼 그런 영화적 질감 차이로 DC와 마블은 세계관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힘센 악당을 제외시킬 때 마블은 영웅과 인간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면 DC는 영웅과 인간들을 넘어 신(神)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아울러 이 우주를 양분하고 있는 빛과 어둠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그러니까 DC는 슈퍼히어로들 간에 힘의 밸런스 문제가 발생할 슈퍼맨은 아예 신격화를 시킨 뒤 철학적으로 접근해버렸다. 그게 바로 2013년에 개봉했던 <맨 오브 스틸>이다.

<맨 오브 스틸>의 도입부에서 슈퍼맨의 친부인 조엘(러셀 크로우)이 갓 태어난 아들 칼엘(슈퍼맨)을 지구로 보내면서 아이의 세포가 지구의 빛을 흡수할 거라고 말하자 아내인 라라(아예렛 주러)는 외톨이가 돼서 괴물취급을 받을 거고, 결국 인간들에 의해 죽을 거라고 걱정한다. 그러자 조엘은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그들에겐 신과 같은 텐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 슈퍼맨은 어려서부터 세상 모든 소리를 들었고, 하늘을 날고, 투시력과 병을 치료하는 능력까지 발휘한다. 한 마디로 전지전능하다. 세상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하는 고통이 버거웠던 어린 클락(칼엘의 지구이름ㆍ슈퍼맨)이 자신을 키워 준 지구 엄마(다이안 레인)를 향해 “세상은 너무 커”라고 울부짖자 엄마가 말한다. “그럼 네가 작게 만들렴.” 신이 되라는 뜻이 아닐까. 앞서 칼엘의 친모도 지진과 전염병으로 종말을 맞이한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아들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렴.”

DC의 경우 <저스티스 리그>의 주된 멤버인 ‘원더우먼(갤 가돗)’도 그녀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딸이라는 설정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이어간다. 지난해 개봉한 <원더우먼>에서 다이애나(원더우먼)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 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오롯이 인간 스스로의 몫이다. 그리고 오직 사랑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아울러 죽었던 슈퍼맨이 다시 부활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사랑한 연인인 로이스(에이미 아담스)도 말한다. “어둠의 진정한 의미는 빛이 없음이 아니다. 빛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태양빛을 흡수함으로써 힘이 생기는 슈퍼맨은 말 그대로 빛이자 절대선(善)이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사랑했다.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은 고향인 크립톤 행성의 재건을 포기하면서까지 인간들을 지킨다. 결국 그는 지금도 우리 인간들이 현실에서 의지하는 그분(神)을 상징한다. 때문에 그의 유일한 적수는 바로 ‘어둠’. 지난해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에서 스테판 울프(시아란 힌즈)라는 어둠의 악당이 부활한 것도 그가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인간들을 위해 싸우다 죽었기 때문이었다. 빛이 사라진 것. 하지만 다시 부활한 슈퍼맨은 로이스를 비롯해 인간을 사랑했던 기억을 되찾게 되면서 스테판 울프를 쉽게 물리칠 수 있었던 거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으니. 하지만 조만간 더 큰 어둠이 몰려오게 되는데 스테판 울프도 잠시 언급하지만 그게 바로 ‘다크사이드(어둠)’다.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급인 다크사이드는 결국 이 우주의 90%를 차지하는 어둠을 대표하는 악당이 아니겠는가. <어벤져스>가 주로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처럼 <저스티스 리그>는 ‘의미’를 추구한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없다. 우주를 포함해 해결되지 않는 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많기 때문. 그래도 어느 날 슈퍼맨이 나타나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고, 그를 메시아(구원자)로 여기는 종교가 나타난다면 난 그 종교 믿을 거다. 확실하니까. 또 멋지니까.

2013년 6월 13일 개봉. 러닝타임 143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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