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시장 이전, 미룰 수 없는 소명
농수산물시장 이전, 미룰 수 없는 소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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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농수산물시장) 문제를 둘러싸고 항간에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하는 속담을 인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여기서 ‘장 담그는 일’이란 농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가리킨다. 무슨 연유인지 캐물어보면 답변 속엔 거의 빠짐없이 특정 인물의 존재가 부각되곤 했다. 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을 성사시키려고 아무리 애써 봤자 토착 기득권세력의 엄청난 영향력 앞에서는 꿈쩍도 못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들이었다.

그처럼 감당하기 어렵던 사업을 결단코 해내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이다. 전임·전전임 시장 재임 시엔 말잔치만 무성했을 뿐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을 6·13 선거로 새 지휘봉을 거머쥔 김에 기어이 끝장보고 말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이었다. 그런데도 근 8년간이나 진척을 볼 수 없었다. 걸림돌이 생겼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재건축’과 ‘이전’을 둘러싼 방법론의 충돌로 비쳐졌다. 하지만 실상은, 토착 기득권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내고 말겠다는 과욕의 소산이었다는 것이 세간의 지배적 여론이었다. “비이성이 이성을 눌러 덮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그래서 터져 나왔다.

송철호 당선인의 ‘농수산물시장 이전 선언’은 어찌 보면 ‘지역적폐 청산’, ‘토착비리 청산’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동안 특정 정치세력의 공천 살생부를 쥐락펴락했던 토착 기득권세력의 영향력에서 송 당선인이 원천적으로 벗어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송 당선인은 최근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건축이든 이전이든 어느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은 상인들뿐만 아니라 울산시의 책임도 크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민과 상인, 도매상인들의 여론을 살펴봤더니 이전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이전’ 쪽에 방점을 찍었다. 바른 진단이고 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송철호 당선인이 능히 그리고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여기서 ‘지혜로움’이란 농수산물시장 이전으로 만의 하나 불이익을 받을지 모를 시장 상인들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일 것이다. 시장 이전이 전체 시민들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깨닫는 순간 농수산물시장 상인들도 흔쾌히 협력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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