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환경관리 체질개선과 언론의 역할
대기환경관리 체질개선과 언론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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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미세먼지와 관련된 기사들이 참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미세먼지의 농도수준, 위험성, 대응방안 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2012년 6월 WHO에서 디젤기관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라 발표하고 전문가들이 그 위험성을 강조할 때만 해도 대중의 관심은 없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2014년 대기질 예보를 시작한 이후 언론에서 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일기 시작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언론이 갖는 기능과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환경부분에서는 통계지표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각각 다르지만 연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개선이 이루어진 게 분명하다. 서울의 미세먼지(PM10)는 처음 측정되던 1995년에 연평균 78㎍/㎥이던 것이 2016년에는 48㎍/㎥으로 줄었고, 울산 역시 1995년 연평균 69㎍/㎥에서 2016년 43㎍/m3으로 줄었다. 특히 단기 고농도 사례인 ‘미세먼지 경보’가 울산에서는 2016년 3회, 2017년 2회, 2018년 현재 2회가 있었고, ‘초미세먼지(PM2.5) 경보’는 2017년 2회, 2018년 현재 1회가 있었다. 정확한 횟수는 알 수 없으나 ‘나쁨’ 일수는 아마 증가했을 것이다. 보통과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PM2.5 시간평균 50㎍/㎥→35㎍/㎥).

국민들이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만한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미세먼지의 수준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언론사들은 높은 농도수준, 인체위험성에 대한 기사를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앞 다투어 보도한다. 이러한 보도들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우고 대기질 개선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는 적잖은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는 국민들에게 공포심으로 다가가고, 공포심이 일반화되면 조급함이 생기고, 조급함은 정책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의 대기오염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처럼 굴뚝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의 양만 줄여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상과 원인에 대한 분석, 미세먼지와 이를 형성하는 전구물질의 배출 정보 확보, 효과적인 저감대책의 도출, 그 대책을 적용할 때 예상되는 효과분석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적인 정책 입안·이행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과학적 지식의 범위 안에서 가용한 정책을 입안·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이 과정을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서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언론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현상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하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정과 이를 추진하는 데 문제시되는 것은 무엇인지도 같이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즉 두 가지 내용에 대한 보도의 빈도가 균형을 이루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언론 보도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환경부나 지방정부에 대한 대안 없는 비판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보도 관행이 계속되면 행정기관의 사기 저하는 둘째로 치고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활동보다 당장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정책 활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대기환경 관리를 위한 과학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해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없을 뿐더러 또 다른 대기환경 문제가 제기되면 즉시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러면 국민들은 지금처럼 대기환경 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언론기관들이 전문가, 행정기관 담당자, NGO 활동가들의 말을 제대로 귀담아듣는다면 그러한 결과는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대기환경관리의 체질을 건강하게 바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해서 기사화하고 그 내용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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