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관세 폭탄, 국내공장 타깃 전망
美 車관세 폭탄, 국내공장 타깃 전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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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내우외환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시름에 빠져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자동차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판매고전, 한국GM발 위기, 강화된 미국 통상정책 등으로 자동차산업환경이 바람 잘 날 없다. 이로 인해 국내업체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현대차만 하더라도 올해 1분기 국내공장 영업이익은 전년도 1분기보다 75.6%가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작년 7.4%에서 1.9%로 급추락하는 지경까지 왔다.

올해만해도 굵직한 악재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한국GM 쇼크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군산공장 폐쇄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움직임이 화두로 등장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서 철강과 알루미늄 적용에 이어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으로 미국시장에서 경쟁했던 우리 자동차업체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32조 관세폭탄의 최대 타격지는 생산비가 높은 국내공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약 85만대의 자동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그런데 무역확장법이 시행되면 미국으로 가는 국내 자동차대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우리 수출차의 가격경쟁력 하락 때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대미 수출 차량 1대당 평균 가격이 1만7천300달러였지만, 25% 관세 부과 시에는 대당 4천300달러나 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이럴 경우 고임금 구조 등으로 생산 인건비가 높은 국내공장에서 굳이 차를 만들 이유가 약해지게 진다. 대신 생산비가 저렴한 다른 생산기지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미국 현지공장의 생산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 경우만 하더라도 한 해 33만여대를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232조가 발동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국내공장 중 적어도 두 세 개 생산라인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무관세 혜택을 받는 미국 현지공장의 생산량이 올라가게 된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발표된 후 비상사태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미치는 산업연관성이 워낙 커서 국가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196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686억 달러)의 29%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고관세가 부과되면 최악의 경우 13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11조원의 부가가치가 허공에 날아간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고 있다. 게다가 철강과 알루미늄이 시행까지 1년이 걸린 것과 달리 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빠른 오는 9월에 232조가 발효될 조짐이 농후해 대처할 시간마저 부족하다는 점은 사태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산업과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등이 신속히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도 예외일 수 없다. 자동차산업 실정과 회사의 경영상황을 냉철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회사와 직원들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국내 생산이 줄어들 경우 노조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겠지만 자동차산업이 무너질 판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제 아무리 강성노조도 쓰러지는 회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례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미국발 관세폭탄을 대응하는 데에 정부와 기업, 노조의 초국가적 단결과 연대가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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