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희축제에서 만난 사람들
마두희축제에서 만난 사람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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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로 치면 올해로 다섯 번째인 마두희(馬頭戱)축제.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큰 줄 당기기’도 볼 겸해서 해가 서녘으로 막 기울 무렵 종갓집 중구의 상징인 옥교동 시계탑네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거리는 큰 줄 당기기 시작 두어 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을 잃고 있었다. 그 좁은 공간 먼발치로 낯익은 일행 세 분이 네거리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예년 같았으면 오색 관복(官服)으로 차려입었을 분들? 직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헷갈린 것은, 그분들의 윗도리가 오렌지색 유니폼이었던 탓이다. 같은 옷차림을 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은 장년 남자에게 물었다.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과장 이상 공무원과 진행요원, 집행위원들일 겁니다.”

낯익은 일행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검붉게 그을린 얼굴의 박성민 중구청장과 김영길·강혜순 중구의회의원이다. 공통분모라면 7월부터 호칭에 모두 ‘전(前)’자가 붙는다는 점일 것이다. 박 청장에게 짐짓 말을 건넸다. “마두희 행사, 청장님 흔적 아닙니까?”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백 프로(100%) 제가 만든 겁니다.” 목소리에서 감정이 느껴졌다. 그 순간, 서쪽으로 기울던 햇빛 때문일까, 그의 눈빛이 묘한 영롱함으로 채색되고 있었다. 그리고는 가볼 데가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강혜순 의원이 소매를 끌었다. 네거리 모퉁이 P베이커리 매장 안 높다란 탁자는 걸터앉아 있기는 불편해도 땡볕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 소개가 있었고 통·번역 전문가 신제현(여, 씨에스코리아 대표) 씨가 세 사람을 소개했다. 중국 영화감독 위시아양(56) 씨와 CCTV 다큐감독 왕화위에(60) 씨, 그리고 우란무치 예술단의 꺼루러투(여, 38) 단장이라 했다. (우란무치 예술단은 마두희축제 개·폐회식 때 2차례 공연을 가졌다.)

이들 손님은 네이멍구 자치구(內夢古自治區)의 마두금(馬頭琴=줄감개 끝에 말머리 장식을 한 몽골의 전통 현악기)과 울산 마두희(馬頭戱)의 연관성을 찾는 작업에도 열중하는 듯했다. 마두금과 마두희 사이에 무슨 연관성? 여하간, 동군-서군으로 나뉘어 풍년을 기원하던 울산중구의 320년차 전통놀이가 이방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마두희’에 대한 이방인들의 느낌이 궁금했다.

궁금증을 제현 씨가 풀었다. “신기하면서도 예술성, 오락성, 실용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느끼나 봐요. 그분들 식으로 하자면, ‘인민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놀이’ 같은 거라 할까요.” 죽 듣고 있던 강 의원이 한 말씀을 거들었다. “이분들, 작년 8월 박성민 청장이 단군신화가 서린 ‘붉은 산’ 제단을 직접 다녀오신 덕에 이번에 오실 수 있었죠. 사드 문제가 완전히 안 풀려서 과연 나올 수 있을까, 걱정 끝에 찾아주신 터라 귀한 발걸음 해주신 셈이죠.” 듣고 보니 친근감이 생겼다. 헤어질 땐 왕화위에 감독에게 접이식 부채 하나를 정(情)의 징표로 선물했다. (유머감각이 풍부한 그는 특이하게 생긴 ‘캐리커처 명함’을 건네며 자신의 인물그림이 마오쩌뚱을 닮지 않았느냐고 말해 호감을 사기도 했다.)

시계탑의 시침이 숫자 7을 향해 바짝 다가갈 무렵 사회자의 질문과 박성민 청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마이크를 타고 행사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동군 새신랑과 서군 새신부는 아들딸을 한 다스쯤 낳아서 전통과 역사가 살아있는 중구에서 절대 떨어지지 말고 120세까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부디 오래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울산도호부사 차림의 박문태 중구문화원장과 관복 차림의 정갑윤 국회의원, 고호근 시의원, 신성봉 구의원도 큰 줄 당기기 함성에 함께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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