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리] 생태하천과 휘발유로 움직이는 제트보트
[생명의 소리] 생태하천과 휘발유로 움직이는 제트보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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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에 제트보트를 운행한다는데 괜찮은가요?” 월요일 아침부터 언론사, 문화해설사, 시민들로부터 전화가 온다. 생태하천으로 살려놓은 지 얼마 됐다고 생태를 파괴하는 일을 하냐고 못하게 해달라는 부탁도 같이 한다.

언론 보도영상으로는 보던 것이지만 실제로도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시로 마련한 선착장에는 정원이 10명인 제트보트를 타기 위해 20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살을 가르면서 떠났던 보트는 15분쯤이 지나 돌아왔다. 아이들은 ‘물고기가 엄청 막 뛰어요’라면서 내린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처음 탄 제트보트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상기된 모습들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렸지만 바로 타지는 못했다. 휘발유 말통 두 개를 배에 채우고 나서야 탈 수 있었다. 탑승객이 묻자 관계자는 ‘하루에 한 드럼(200리터) 정도 든다’고 대답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빼고 대략 15번 정도 운행한다고 했다. 배 앞머리에 4명, 조정석 옆으로 3명씩 나눠 앉았다. 제주도 제트보트는 물이 튄다고 우비를 입는다는데 바다와 달리 파도가 없는 잔잔한 강물이라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보트가 출발하기 위해 물을 뒤집자 거품과 함께 고등어만한 물고기(누치로 추정되는)들이 배 뒤쪽의 갈라진 물살 위로 뛰어올랐다. 태화루 절벽 아래쪽을 노랗게 수놓고 있는 모감주나무 꽃들이 기와지붕과 함께 멋진 풍경 한 컷을 만들어냈다.

십리대밭교 밑을 지나자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태화강전망대다. 보트는 태화강전망대 하중도 옆 작은 수로로 들어갔다. 물살이 일면서 누런 빛깔의 물색이 드러났고 물이 뒤집어지는 듯했다. 참게가 서식하는 공간인데 많이 놀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운행할 때마다 수면위로 튀는 물고기, 그리고 그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가에서 기다리던 왜가리가 놀라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15분 타는 동안 볼만한 경치는 태화루 아래쪽, 그리고 태화강전망대에서 보는 남산과 태화강 대숲 정도라고 해야 할까? 탑승객들은 강에서 배를 타고 달리니 시원하다는 반응들이었다. 도로를 걸어갈 때나 보던 풍경을 배를 타고 빠르게 달리면서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였을까?

겉으로는 맑아졌다고 하지만 보트가 살을 가를 때 보이는 물빛은 흑갈색에 가까웠다. 일부 탑승객은 ‘이렇게 해서라도 물을 뒤집어주면 물도 좀 정화되겠지’라며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제트보트는 회전을 할 때 배가 기울 정도로 스피디하게 돌았고, 직선 구간에서도 속도를 높이고 음악까지 틀어놓아 유람선을 탄 느낌을 들게 했다.

도착해서 구명조끼를 벗고 설문지를 작성한다. 나이와 주소지, 탑승한 느낌. 다시 돈 내고 탈 것이냐, 얼마를 내면 좋겠냐는 질문이다. 공짜 배를 신나게 타고 왔으니 배 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적었다. 대부분 ‘매우 좋았다’로 응답하는 분위기였다. 가격은 1만 원 이하로 생각하는 듯했다. 8천원, 6천원으로 적어도 되냐고 묻기도 했다.

제트보트를 시범운행하고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태화강 레저관광 활성화를 겨냥한 일이다. 그런데 태화강은 생활하수로 죽어가던 강이었지만 지금은 생태하천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하루에 한 드럼씩 화석연료를 태우는 관광상품이 과연 태화강과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트보트가 본격적으로 운영된다면 운행거리도 길어지고 보트 수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과연 떠날 때와 돌아올 때 달라진 강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황어와 은어, 그리고 가을부터 찾아올 겨울철새와 오리 떼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참게도 너구리도 얼마나 놀라겠는가? 그렇다고 그런 때에 운행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관광패턴을 잘 읽어야 한다. 남들이 다 쫓아가는 유행이라고 무턱대고 쫒아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에는 물속에 들어갈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 태화강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거리, 옛 추억을 살릴 수 있는 일. 화석연료가 아닌 무동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야만 한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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