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굳어진 공직사회, 포용·소통이 해법
표정 굳어진 공직사회, 포용·소통이 해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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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권력 교체기를 맞아 울산시와 시교육청을 비롯한 지방 공직사회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 채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7월 1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하는 당선인 측이 인수위원회의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공직사회 안팎의 여론을 간추리면 굳어진 표정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완장에 대한 공포심’에 기인한다.

취재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물론 시와 자치구군 공직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를테면, 보수성향의 단체장들을 누르고 지방권력을 장악한 진보성향의 당선인 측 인수위가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정책방향의 대강마저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울산시 공무원은 취재진과 대화하면서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의 말을 간추리면 “인수위 보고회의 질의응답 방식은 청문회 수준이고, 정책방향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감을 못 잡겠다. 인수위의 사전회의 내용이 언론에라도 공개가 되면 보고회가 한층 더 효율적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본란에서 두어 차례 주의를 환기시킨 바도 있지만, 당선인 측 인수위원회가 ‘점령군’처럼 비쳐지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취임 초기, 무더기로 불이익 인사를 할 계획이 아니라면 공무원들이 당분간은 ‘초행길의 동반자’로서 호흡을 같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선인과 인수위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너른 포용력과 소통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송철호 시장 당선인 인수위가 명칭을 ‘시민소통위원회’라고 정한 것도 그런 뜻이 숨어있다고 믿고 싶다.

이 시점에 또 한 가지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식이 들린다. 20일로 인수위 활동 사흘째에 접어든 시장 당선인 측 시민소통위원회의 김승석 위원장(울산대 교수)이 시청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시정 현황을 축소·은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고해달라는 주문이겠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뉘앙스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인수위와 보고하는 공무원 사이에 얼마나 소통이 안됐으면 위원장이 당부까지 하나?”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개 자치구군에서도 인수위 활동에 들어갔다. 다행인 것은 구군에서 아직까지는 마찰음이 새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일 기획예산실을 시작으로 ‘구정 주요업무 보고회’를 시작한 박태완 당선인 측 ‘중구청장직 인수자문위원회’(위원장 임동호)의 경우 보고회가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직 인수위는 물론 구군 단체장직 인수위, 그리고 교육감직 인수위에까지 빠르게 번졌으면 한다. 특히 다음달 20일까지 활동하는 시민소통위원회는 사전·사후 회의 내용을 보고에 나설 공무원들과 공유하거나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아울러 모든 인수위들은 ‘완장 찬 점령군’의 모습으로 비쳐지는 일이 없도록 자세를 가다듬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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