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중구, 마부작침(摩斧作針)의 자세로 만들고 싶어요”
“쾌적한 중구, 마부작침(摩斧作針)의 자세로 만들고 싶어요”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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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의회의원 강혜경 당선인
 

가슴 설레게 했던 지방의회 입성의 꿈! 그녀에겐 재도전 끝에 이루어낸 아름다운 꿈이었다.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몫의 울산중구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 끝내 의원배지를 거머쥔 강혜경 중구의회의원 당선인(51, 영남대 생활과학대학 겸임교수, 이하 ‘의원’). 6·13 지방선거 때는 박태완 중구청장 후보(당선인)의 선거대책본부 정책팀장을 맡아 병영을 비롯한 유세장 곳곳을 누볐다.

직접 대면(對面)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 15일 오전 울산우체국 1층 고객휴게실. 중구선관위는 그 직전 우체국 4층 대회의실에서 중구지역 여야 당선인 전원을 불러 ‘당선증 교부식’을 가졌다. 강 의원은 꿈의 결실인 당선증 케이스를 먼저 응시한 뒤 인터뷰에 응했다.

첫 도전 12년전… ‘무거R 원형육교’ 공약

강 의원과의 대면이 사실 처음은 아니다. 이야기는 12년 전 5·31 선거(제4회 지방선거) 당시로 거슬러 오른다. 그 무렵 39세였던 강 의원은 ‘울산대 강사’ 직도 마다하고 남구 제2선거구(무거·삼호·옥동)에서 ‘생활정치’ 깃발을 들고 지방의회의 문을 처음으로 두들긴다. 이때 그녀는 열린우리당 소속 시의원 후보였고, 들고 나온 선거공약의 하나는 ‘무거로터리에 원형육교(스카이워크)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경쟁후보는 탄탄한 조직력과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던 당시의 여당중진 박순환 전 울산광역시의회 의장(현 송철호 시장당선인 인수위 소속 도시교통분과위원장. 나름대로 선전은 했지만 돌아온 것은 낙선의 눈물이었다. ‘박근혜 면도칼 테러사건’으로 치명상을 입은 것 같다는 분석이 그 무렵에 나왔다.

“그래도 득표율이 32.04%나 되었죠.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고정지지표를 합친 것보다 5∼6%는 더 받았다는 분석도 있었고.”

그 뒤로 한동안 정치는 관심 밖이었다. 그 사이 또 다른 경험과 여러 차례 맞닥뜨렸다. △H종합건설 부장(2008~2016) △영국 셰필드 한글학교 교사(2009~2010) △영남대 생활과학대학 자원문제연구소 연구원(2011~2012) △영남대 시간강사(2001~2010) △영남대 겸임교수(2011~현재) △현대청운고 청운과제 연구활동 자문교수(2014~2015) △한국주거학회 학술이사(2014~현재). 이러한 경험들은 새로운 정치인생에서 비옥한 밑거름이 될 것이란 신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영국 셰필드에는 어떤 연유로 머물렀을까? 알고 보니 남편이 철강산업도시에서 교육도시로 거듭난 그곳 대학교에 ‘6개월 교환교수’ 명을 받아 갈 때 가족동반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 지지난해 겨울 일본 오키나와 여행 때 남편인 한삼건 교수와 다정하게.

든든한 정치후원자인 남편, 한삼건 교수

강혜경 의원의 든든한 버팀목은 남편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60,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 인수위 소속 도시교통분과위원). 정치적 연고지로 중구를 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 교수의 고향이 중구 우정동인 탓이 크다.

강 의원의 고향은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적석총이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웅촌중학교를 다녔고, 울산여고를 거쳐 울산대 국문학과를 29년 전(1989년 2월)에 졸업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은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일본 국립 나라여자대학에서 주거학 석사 학위(1993)와 생활환경학 학술박사 학위(2000)를 취득했다. 전공학문은 생활환경학 중에서도 ‘지역거주학’. 커뮤니티(생활공동체) 안에서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를 연구하는 학문, 바꾸어 말하자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연구하는 실천학문’이라 했다.

“나라여대는 일본 문부성에서 주는 국비장학금으로 마쳤다고 할까요. 생활비로 매월 20만 엔(한화 약 200만원)을 받았고요.”

요즘 영남대에서 가르치는 학문은 ‘가족주거학’. 일주일에 사흘 있는 강의에는 구의원 배지를 달고 난 뒤로도 계속 나갈 생각이다. 대학교 측의 양해로 강의 시간대를 오후로 늦출 수 있어서 가능해진 일이다.

결혼초 ‘오빠-경아’→나중엔 ‘자기-각시’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3년 열애’를 거쳤다며 수줍은 듯 귀띔해 준다. “울산대 신문사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1학년 수습기자였는데 그이는 3학년 선배기자였죠.” 나이차이로 미루어 한 교수는 그 무렵 군복무를 마친 복학생 신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의 말 속에는 “남편을 존경한다”는 말도 끼어들었다. ‘사심 없고, 순수하고, 열정 넘치고, 세상에 둘도 없는 학자’라면서도 ‘일부러 내세우고자고 하는 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정말 존경한다는 얘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면 호칭은? 결혼 후 8년간은 서로를 ‘오빠’, ‘경아’라 불렀다. 하지만 첫 아이를 낳고 난 뒤부터는 호칭이 ‘자기’, ‘각시’로 바뀌었다. 둘 사이에는 연년생인 도현 군(20, 연세대 재학)과 유진 양(19, 울산대 재학)이 부모의 뜻을 따르고 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인 강 의원이 말문을 연다. “모든 것의 기본은 가정이고, 그래서 엄마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나도록 뒷바라지를 해 왔다면 이제부턴 둘 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제 일을 찾아서 해도 되겠죠?”

“바람 빠진 중구에 새바람 불어넣고파”

내친김에 정견은 어떤 건지 알아내고 싶었다. 대면 그 다음날 정치적 소신을 담은 메시지 한 통이 인터넷 공간으로 날아들었다. “12년이나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 능력이 일천하지만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로 시작되는 메시지의 후반부는 이랬다. (12년 전 정치부 기자였던 필자는 ‘시의원 후보 강혜경’을 인터뷰한 뒤 ‘이색후보’의 한사람으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저는 중구를 울산광역시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중구는 바람 빠진 풍선과 같습니다. 1970년 1월 1일 시청이 남구로 옮겨간 후 우체국, 세무서, 학교, 역, 시외버스·고속버스 터미널이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지난 50년간 중구는 이렇게 바람이 빠져나가기만 했고,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최대의 산업단지가 있는 울산광역시에서 ‘중구’만 유일하게 국가산단이 없습니다. 해양도시 울산에서 ‘해안선’도 전무합니다.

그래서 중구 발전은 오로지 전통과 역사 그리고 우리들의 노력과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 주자들은 ‘중구’라는 풍선에 바람을 가득 채워 나갈 것입니다. 추락만 거듭해 온 중구의 경제를, 중구의 위상을 높이 띄워 올리는 데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중구라는 풍선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하략)”

 

▲ 지난 15일 울산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부식에서 중구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강혜경 당선인(오른쪽 끝).

“좀 더 공부하면서 4년 계획 세울 것”

그러기 위해 복지건설위원회에 들어가 중구의 현안을 살피고 싶다고 했다. 문화·관광은 행정자치부 소관이지만 서로 협업해서 중구의 역사, 문화, 전통, 도시공간 등을 쾌적하게 만드는 일에 마부작침(摩斧作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 자세로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덧붙였다.

잘못된 중구 안내판은 눈에 띄는 대로 담당공무원과 논의해서 제대로 고치고, 학성르네상스 정비에 예산낭비는 없었는지 눈여겨보고, ‘엉터리 복원’이란 비판이 따르는 동헌의 원형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걷기 편한 도시’와 ‘주민들이 일상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거주환경’을 만들고. 어메니티(amenity=쾌적함)가 넘치는 정주공간을 지향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강 의원의 정치적 소신은 한마디로 ‘사람 중심’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팝나무 꽃 같은 초심이 언제까지 얼룩지지 않고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을지… 이 모두 강혜경 중구의원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을 것이다.

강 의원이 마지막 각오를 다진다. “아직은 산발적이고 포괄적입니다. 좀 더 공부하고 고찰하고 연구해서 제가 4년간 해야 될 일들의 계획을 세워나가겠습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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