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석 동구청장에게 거는 기대
정천석 동구청장에게 거는 기대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8.12.0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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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조상의 묏자리를 정하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집안의 길흉사뿐 만아니라 후대의 흥망성쇠가 묏자리를 명당에 쓰느냐 못쓰느냐에 달린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꿈자리가 사나우면 조상의 묏자리를 옮겼고, 묘 인근에서 학이라도 한 마리 날아오르면 후대에 인재가 날 것으로 기대를 품었다. 추석을 앞두고 어김없이 했던 벌초를 하는 풍습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4월께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영호공원 납골당에는 울산시 대왕암 공원 입구에 있던 무연고 묘가 공동 이장됐다. 8년동안 무연고묘를 벌초했던 새마을 동구지회의 선행을 간직한 채였다.

당시 대왕암공원 개발을 위해 옮겨진 묘는 모두 350기. 이 중 141기가 연고자를 찾을 수 없는 묘였다. 묘를 옮기면서 인근 주민과 관계공무원 등이 모여 위령제도 지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에 따르면 350기의 묘 중에는 정천석 동구청장의 조부모와 친부의 묘도 있었다.

아무리 사업을 벌이는 행정기관의 수장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운명을 내건다는 의미에서 조상의 묘를 옮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행정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에서 다시 보게 됐다는 주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주민들이 9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왕암공원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50여명의 주민들 중에는 고령의 몸을 이끌고 나온 할머니, 어린 아이를 들쳐 업은 주부도 보였다.

대왕암공원 조성에 따라 등대마을을 떠나야하는 주민들은 이날 이주택지 마련과 양도세 감면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수십년간 살아온 터전에서 쫓겨 가는 마당에 살길조차 막막하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주민들과 만난 정 청장은 “노력해보겠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시원스런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동구청의 난감한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 곳 주민들의 걱정은 난감을 넘어선 절박함이다. 주민들은 앞으로 요구사항을 관철할 때 까진 계속 시위를 벌일 작정이다.

동구 발전을 위해 서슴없이 조상의 묘를 옮겼던 정 청장. 그에게 주민들은 어떤 기대를 품고 있을까.

/ 권승혁 기자 편집국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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