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메모]테마가 있는 ‘미니 종교시설’
[굿뉴스메모]테마가 있는 ‘미니 종교시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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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남구 여천초등학교를 다닐 때 단체로 신선산에 소풍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선암저수지는 온통 철조망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어 출입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1964년에 조성된 선암저수지는 본래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울산공단과 온산공단의 수량을 조절하는 것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낙동강물을 공급할 수 없을 때 울산·온산 두 공단에 비상용수를 공급하는 일이었다. 2백만 톤의 물을 저장해서 30미터 높이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선암저수지가 어느 시기에 번데기가 나비로 환골탈태하듯 선암호수공원으로 변모했다. 호수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구상은 결과적으로 선암저수지에 도심의 허파 역할을 맡기는 멋진 기획이 됐다. 처음에는 저수지의 울타리를 모두 걷어내면서 도보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구간별 산책로를 조성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지금은 갖가지 화초를 심어 계절별로 눈을 즐겁게 하고, 겨울에는 인공 얼음꽃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무지개놀이터는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놀 수 있어 한창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호수공원 축구장에는 걷기대회와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평일에는 게이트볼을 하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축구장 바로 뒤편에는 암벽등반 코스가 조성돼 있고, 작은 규모지만 호수공원 숲속 도서관과 드림피크닉 광장도 마련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테마가 있는 미니 종교시설들이다. 한국기록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교회, 가장 작은 사찰, 가장 작은 성당으로 등재되어 있는 이곳은 호수공원 설립 기념비가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5분이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축구장 바로 옆 너른 공터에 차를 세울 수 있다. 안내판을 따라 낮은 산등성이를 오르면 동물보호단체에서 기증한 다람쥐저금통이 있는데, 동물보호단체나 방문객들이 도토리나 나무열매 등을 가져다 모아둔 것이다. 요즘은 그 저금통에 먹이가 있는 줄 아는 다람쥐들이 곧잘 찾아오고 비둘기들도 평화롭게 노닌다.

호수교회(湖水敎會)는 이름이 선암호수공원 안에 있다는 뜻으로 지어졌다. 길이 2.9미터, 폭 1.4미터, 높이 1.8미터로 2011년 9월 28일에 완공했다. 미니 교회인 호수교회는 한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그 안에는 성경책이 펼쳐져 있고, 헌금함에다 헌금도 할 수 있다. 신자들이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조용히 기도한다면 하늘의 응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민사(安民寺)란 이름은 울산시민과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평안하게 살아가도록 기원하는 뜻을 담아서 지었다. 길이 3미터, 폭 1.2미터, 높이 1.8미터로 이 역시 2011년 9월 26일에 완공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 불자나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도량 구실을 하는 곳이다. 뜰에는 돌로 만든 거북이와 기도하는 손 모양의 의자도 있다.

성(聖)베드로 기도방은 가톨릭의 표상인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베드로라는 이름은 그가 예수님의 12제자 중에서 수제자(首弟子)여서 붙여졌다. 길이 3.5미터, 폭 1.4미터, 높이 1.5미터로 2011년 10월 4일에 완공했다. 호수공원을 찾는 신자와 시민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발로 땅을 딛지만 머리는 하늘을 이고 살아간다. 그리고 단순히 의식주 해결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근원적인 의미를 캐고 싶어 한다. 어쩌면 본능적인 욕구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말의 마음이라 갖고 있다면 울산 남구에 있는 선암호수공원의 미니 종교시설 속에서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울산누리 블로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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