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여행스케치]순수한 영혼의 땅, 티베트 ⑤…5천m에서 소리치다
[김윤경의 여행스케치]순수한 영혼의 땅, 티베트 ⑤…5천m에서 소리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3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라싸에서 장체로 가서 시가체에서 하루 숙박하는 일정이다. 어딜 가나 흰 구름이 손에 잡힐 듯이 눈앞에 둥실 떠 있다. 지난밤에 소나기와 천둥, 번개까지 쳐서 무척 걱정되었다. 그러나 아침에는 땅에 비 온 흔적이 전혀 없었다. 워낙 건조해서 바로 다 말라버린다고 한다. 이런 날이 많다고 하지만 그렇게 쏟아졌는데…. 밤비 덕분인지 지나가는 길에 본 라싸 강은 아주 크고 물이 많았다. 공수대교를 지나면서 이 강은 알랑창포 강과 합류하여 갠지스 강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머니 강’이라고 부른다. 언제나 12도~15도를 유지해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엔 세상의 모든 물오리 떼가 다 모인다고. 티베트에서는 조장(鳥葬), 수장(水葬), 화장(火葬) 등 여러 가지 장례가 있다. 작은 마을들이 나타나고 수장터가 보였다. 주로 어린아이는 수장을 하는데 라싸의 어머니, 물 안의 품으로 간다.

캄발라 고개(4천998m)로 이동하는데 계속 산꼭대기로 굽이굽이 3시간이나 올라갔다. 어떻게 이런 곳에 길을 닦았는지? 예전에는 비포장도로로 힘들게 갔다고…. 중간에 돈을 주고 사자개나 아기양과 사진을 찍는 곳이 있다. 사자개는 얼굴이 수사자처럼 털이 많고 갈기가 있는 개이다. 한 일행이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쫓아와서 돈을 달라고 했는데 같이 찍은 것도 아니고 멀리서 찍었다고 했다. 돈을 안 주니까 거칠게 항의하며 욕을 했다. 그들은 그걸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산 주름(거기서는 비줄기)이 깊게 패인 골이 보였다. 비탈에 야크들이 어렵게 다니고 가끔 양떼들도 보였다. 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으나 떨어지면 천 길 낭떠러지라 긴장이 되었다. 실제 떨어져 있는 트럭이 있었다. 끌어올릴 방법이 없어 포기한다고. 안개가 자주 끼는 곳인 데다 어두우면 대책이 없을 것 같다. 사람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다들 나름대로 추측을 하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엉덩이를 들기도 하며 용을 썼다. 지형적인 요소 때문에 하늘 아래 가장 고립된 곳인 것 같다.

캄발라 고개에는 눈이 섞인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룽다와 타르초가 바람에 정신없이 나부끼고 너무 추웠다. 룽다는 ‘바람의 말’이라는 뜻을 가진 오색 깃발이다. 불교 경문을 적어 사원이나 높은 고갯마루에 걸어둔다.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말 갈퀴가 날리는 것과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걸면서 바람이 가 닿는 모든 곳에 진리가 퍼져 중생들이 해탈하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바람에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대로 있다.

아이들이 깃발을 말아 관광객에게 달려와 사주기를 애원한다. 볼과 손은 얼은 듯하고 얼굴은 붉게 빛나 어린 시절을 상기시켰다. 손이 튼 아이와 코를 흘리는 친구들이 지금은 모두 멋진 중년이 되었다. 표정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우리는 처음에 손에 말아 쥔 그것이 뭔지도, 어디에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사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맘에 걸렸다.

잠시 후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굽이굽이 이어진 산자락을 따라 형성된 하늘호수 얌드록쵸(Yamdrok Yumtso Lake)가 펼쳐졌다. 정말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눈이 녹아서 그런 색을 띤다고 한다. 이 높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을 줄 몰랐다. 물안개인지, 구름인지 호수 위에 뽀얗게 깔려 있다. 그 눈부신 푸름에 눈에 시리고 하늘과 호수는 한 통속이다. 세계 최고 높은 곳에 있는 호수 얌드록쵸는 ‘푸른 보석’이란 애칭과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로 불린다. 물이 마르면 티베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간직한 성호(聖湖)이다.

산에 가려 다는 보이지 않지만 내려가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주변에는 풀과 유채꽃이 한창인 초원이다. 마치 스위스를 여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제주도 유채밭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설산이 솜뭉치처럼 나타나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눈이 녹아 가끔 폭포처럼 골짜기를 타고 물이 쏟아져 내려온다. 티베트의 4대 신산(神山) 중 하나인 이 일대 만년설의 카롤라 빙하(?若拉?川, Karuola Glacier, 556 0M)가 지구온난화로 빠른 속도로 녹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설산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천장공로의 마지막 고개인 미라쉐산(米拉雪山), 강산 만년 설산 앞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차에서 휴대용 산소를 들이마시면서도 안 내릴 수 없는 광경이었다. 고산증 때문에 며칠째 오징어 같은 충주분도 제일 늦게까지 사진을 찍고 차를 탔다. 모두 추워 파카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종종걸음을 쳤다. 여기가 5천20m라니~ 세상에, 여기까지 온 게 신기했다. 천지신명님께 소리친다. “감사합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는 일상탈출을 넘어선 현실도피였다. 만학에 빠져도 논문이 끝나자 더 이상의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은 노독(路毒)에 절어도 돌아온 나에게 많은 에너지 충전으로 못다 한 최선이 없을 만큼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중독이 되었다. 지금 나에게 여행은 또 다른 직업이 되고 현실을 UP시키며 행복한 시간여행을 즐기게 하고 있다. (계속 이어짐) http://ba nd.us/@mir7317

김윤경 여행가, 자서전쓰기 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