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닻… 종전선언 기대감”
“한반도 평화의 닻… 종전선언 기대감”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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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정상회담 지켜본 울산 시민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주목
▲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12일 오전 KTX 울산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환담 모습을?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장태준 기자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군요.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웃으면서 악수하는 것을 볼 줄이야.”

1953년 한국전쟁 ‘휴전둥이’라는 이모(65)씨는 12일 KTX울산역 대합실 TV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전쟁 당시 잉태되어 전쟁의 공포 속 어머니의 가슴 떨림을 태교음악 삼아 태어났고 반공이 국시였던 그 시절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는 내용이 적힌 국민교육헌장을 누구보다 열심히 외웠다.

판문점도끼만행사건이 있었던 1976년은 그가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나이 오십이 다 돼서는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면을 신기함 반 걱정 반으로 지켜봤다.

냉전시기와 인생의 궤를 함께한 이씨에게도 이번 북미정상회담만큼은 기대감이 더 큰 것으로 보였다.

이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 번복을 거듭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며 “종언선언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던데, 어떤 식이든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만나던 이날 오전 10시 전후 울산역 대합실 TV 앞에서는 이씨 외에도 100여명의 이용객과 시민이 특별방송을 신중하게 지켜봤다. 두 정상이 만나 ‘세기의 악수’를 할 때 환호나 박수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손으로 김 위원장의 어깨를 감싸거나 제스쳐를 취할 때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젊은 층의 시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였다.

업무차 울산을 찾았다는 김성현(32·부산)씨는 “정상회담을 위해 타국으로 날아왔다거나, 어젯밤(지난 11일) 싱가포르 시내를 투어했다는 소식을 듣고 폐쇄적이었던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달리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가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나 정치적으로 개방, 우리와 세계의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날 울산역을 비롯해 점심시간 울산시내 식당가에서는 모든 채널이 북미정상회담 특별방송에 고정돼 있었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거나 SNS를 통해 지인들과 의견과 소감 등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친목모임을 위해 남구 달동의 한 한식당을 찾은 주부 김영순(58)씨는 “이제 예순이 되는데, 이번 회담을 지켜보니 환갑여행을 금강산이나 평양에 가서 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했다”며 “오래 끌었다. 이제는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이 모두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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