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통신]불량한 유산(遺産), 플라스틱!
[119 통신]불량한 유산(遺産), 플라스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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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남짓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폐기물 더미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찾은 그림을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정성스레 오리기 시작하였다. 나름 진열대로 보이는 널빤지 위에 폐지에서 오려낸 형형색색의 구두들이 가지런히 놓여졌다. 이번에는 알파벳이 적힌 그림카드를 찾아내어 동생들에게 아는 글자를 다문다문 읽어보였다.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본 모습이다. 중국 재활용 공장에서 일하는 가족의 생활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영상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자녀 가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급급하여 한치 앞도 계획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 아이의 가족은 폐기물 처리장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은 가족들이 입고, 먹고, 자고, 일하는 장소로 일터와 휴식공간의 구분이 없는 곳이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그 아이에게 있어 폐기물처리장은 다른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유일한 끈이며, 통로로 보였다.

그 아이에게는 알코올 중독 증세를 가진 아버지와 올망졸망 연이어 딸린 동생들과 그런 형편에 또 한 명을 임신 중인 어머니가 있었다. 그들 부부는 큰 아이가 교육을 받아야할 시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학교로 보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이의 엄마는 제대로 된 병원시설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기를 낳게 된다. 쓰레기더미가 쌓여진 한쪽 의자에 앉아 천 보자기만을 두른 채 산고를 치렀다. 남편은 멀찍이서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모르고 순산을 기다렸다.

쓰레기더미와 대조를 이루듯 깨끗한 피부에 까만 눈망울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젖을 빠는 평온한 모습이 방영되었다. 출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의 엄마는 다시 폐기물처리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온가족이 쓰레기더미에서 일하지만 경제적인 수익은 얼마 되지 않았다.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상품 수출은 사회적 이익을 가져오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환경 위기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각국에서 사용하는 정체불명의 쓰레기가 중국으로 옮겨지고 이것이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공장 폐수, 공기 오염, 원인모를 질병이 생겨난다.

지구 한쪽에서 호화로운 생활의 부산물로 버려진 플라스틱과 같은 폐쓰레기들이 지구 다른 쪽에서는 극심한 환경오염의 원인물질로 쌓여가고 있다. 중국의 시골에서 재가공된 후,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지만 그 쓰레기가 유입되는 곳의 삶은 황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비단 국외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버려지는 폐기물의 처치곤란이 문제로 제기된 지는 이미 오래다. 환경의 황폐화는 사람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된다고 해도 간과할 수 없는 환경, 건강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부터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세계 환경의 날’로 제정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물려줘야할 것은 경제적 안정 못지않게 깨끗한 환경을 유산으로 남겨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관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오는 2021년까지 해양 오염의 주범인 빨대, 면봉 등 주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환경부에서는 환경보호의 실천방안으로 행정공공기관 임직원 차량 2부제. 행정공공기관 대기배출 사업장 단축운영 및 노후기계 사용 자제, 상수차량 운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는 보존이 아니라 개선의 문제로 넘어서고 있다. 환경은 특정부서만의 과업이 아닌 전 사회구성원이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이다. 정부의 환경문제 해결방안 시책에 따라 학교와 가정에서도 어떤 것부터 접근할지, 작은 것이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가 걱정 없이 누렸던 자연환경! 마음껏 숨 쉬고, 흙을 만지며, 물장구를 쳤던 예전의 환경으로 회복될 날을 그려본다.

이태령 울산광역시교육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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