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산책]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의 협력을 기대하며
[대학가 산책]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의 협력을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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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인의 제안으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개방정책을 추진하여 문호를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는 관광도시로 근래 들어 지명도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베일에 쌓인 동토의 땅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시 인프라와 건축물들은 급증하는 관광객들을 제대로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변화하는 도시환경에 적합한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시계획(도시재생)과 건축디자인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은 것이 이번 방문의 배경이다. 다소 급작스런 제안이었던 터라 사전지식이 충분치 않았고 게다가 첫 방문이어서 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개발의 여지가 많은 미지의 땅에 한국적 사고를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 제안을 받아들였다.

첫 방문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건축물들과 전체 도시적 외형은 상당히 낙후되고 불편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비록 도시 자체의 외형에서 받은 인상은 그러했지만 거기에 담긴 그들의 사고방식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지켜온 건축물, 불편하지만 인간 스케일을 중시한 도시계획적 요소, 그리고 러시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혁명광장의 분위기 등은 첫 방문객의 시각에 아주 흥미롭고 새롭게 비쳐졌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자문 과정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러시아로 진출하여 블라디보스토크에 한국의 좋은 이미지들을 심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특히, 한국 기업의 기부로 조성된 아르바트 거리는 관광객들은 물론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명 거리가 되었고, 한국 브랜드로 진출한 호텔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들이 블라디보스토크와의 경제협력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것을 보고 들었다. 물론 한국도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호이익을 위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과 가까운 부산만 보더라도 오래 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문화, 관광,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북방경제정책 영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부산이 그동안 노력한 결실의 대가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들을 접하게 되면서 문득, 이러한 흐름을 대하는 울산시의 견해가 궁금해졌다. 필자는 정책 입안자도 집행자도 아닌 그저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라 어떤 사업계획이 추진되고 있는지 잘은 모른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자문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울산시에서 시도해도 좋겠다고 여겨진 몇몇 아이디어들이 있었다. 이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조선업에 대한 것들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심도시이고, 극동함대가 있는 곳이다. 특히, 문호가 개방되고 재선된 푸틴이 극동지역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선박 수리와 새로운 선박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울산지역 조선소들과 이어줄 수 있다면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 경기 활성화에 좋은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관광산업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연해주의 중심도시이고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으로 관광산업의 잠재력이 큰 것 같다. 이들과 울산의 관광자원들을 연계할 수 있다면, 울산의 관광산업 육성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첨단기술과 울산이 가지고 있는 신기술들이 결합하여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R&D센터를 울산에 유치할 수 있다면 미래 울산의 발전을 위해 큰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끝으로, 도시 및 건축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러시아보다 울산이 앞서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도시재생과 건축설계기술이다. 이는 잠재적 경제가치가 큰 것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블라디보스토크의 중심지역에 대한 도시 설계와 인프라 구축, 건축설계 등을 울산의 기술로 접근할 수 있다면, 울산의 건축산업을 지식기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짧은 일정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블라디보스토크의 잠재력에 울산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상호 교류로 더해져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우세진 울산과학대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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