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 못지않게 ‘무형’문화재에도 관심을
‘유형’ 못지않게 ‘무형’문화재에도 관심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1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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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WHC)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 7개 사찰을 묶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란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그 결과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등 4개 사찰이 개별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의 면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 등재 권고를 받았다. 최종 결정은 6월말 바레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지는데, 이변이 없는 한 등재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코모스는 앞으로 늘어날 관광수요에 따른 대응방안과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사찰 안에 건축물을 지을 때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리에서 한 농부가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2점(높이 21.1cm·받침대 有, 높이 28cm·받침대 無) 을 발견했다. 받침대 있는 한 점은 국보 293호로 지정돼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 전시하고 있다. 다른 한 점은 일본인 이치다가 구입, 1929년 대구에서 열린 신라예술품전람회에서 선보인 것을 마지막으로 88년간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도쿄를 방문한 한국미술사학회의 최응천(동국대), 정은우(동아대) 교수가 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과의 인연으로 그동안 존재를 알 수 없었던 관음상을 실견(實見)했다. 정은우 교수는 의견서에서 “옷주름 음영과 굴곡진 몸매를 완벽하게 세공한 보살입상은 7세기 백제의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이라고 평했다. 진품으로 공인되면 가치가 수백억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지난 5일 통도사 말사인 울산 내원암에서 진신사리 이운(移運) 법회가 있었다.(울산제일일보 6월 5일자 기사) 진신사리는 내원암의 본사였던 대원사(大原寺)의 옛 터 석탑 속에 들어 있다가 1950년대에 도굴된 것으로 추정되고, 그 이후 1963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구입, 소장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전한다. 진신사리가 본래 모신 자리로 이운되면 55년 만의 귀향인 셈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 받은 4대 사찰,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이운법회를 가진 진신사리 등 3건은 우리나라 불교유형문화재이다. 이번 기회에 같은 맥락과 관점에서 한국 불교의 근간을 지탱하는 유형문화재 못지않게 중요한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말하고자 한다.

태고종 봉원사의 경우 영산재 의식을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로 먼저 지정받았고, 그 후 사찰건축물은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태고종 봉원사는 과거 조계종에서 관심이 적었던 영산재를 정립하여 세계 속에 한국 불교문화로 소개하고 있다. 해외공연을 자주 나가고 사찰 재 의식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어 큰 틀에서 보면 사찰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영산재 의식 속의 나비·바라 작법은 불교인의 교화 방편으로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불교무용 연구와 실천에도 큰 몫을 떠맡고 있다.

2002년 11월 30일과 12월 1일, 한국불교문화학회가 가을 전국학술대회를 경주 불국사문화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법현 동국대 교수는 통도사학춤 작법 전승자인 통도사 백성스님의 학춤작법 시연을 곁들여 ‘사찰의례와 불교무용-사찰무용 종류와 사찰학춤의 전승보존’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학회에서는 처음 발표된 논문이었다. 그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2003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지화(紙花), 사찰학춤과 같은 불교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지화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간은 성공했으나 통도사학춤에 대한 보고서 발간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2017년 10월 28일, 통도사에서 창건 1372주년을 기념하는 개산대재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괘불 이운과 바라 작법 그리고 통도사학춤 등이 동참자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통도사학춤은 유일하게 통도사 승려들에게만 전승되던 전통불교문화로 통도사 범패어장을 역임한 이월호 스님 때부터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통도사가 현재까지 사람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매력은 유·무형 문화재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불지종가 국지대찰 영축산 통도사’ 창건은 무형의 자산인 구룡지 설화로부터 시작됐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이후 통도사 소임자들은 유형의 전각(殿閣) 짓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현재까지 실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소임자는 가치 있는 불사(佛事)를 찾아 나서서 행해야 할 것이라고 감히 제언한다. 가치 있는 불사의 하나에 당연히 통도사학춤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잃어버리고 잊혀진 불교문화자산을 그대로 방치하기보다 찾아내서 시대적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실천하는 소임자의 존재가 그립다. 고여 있는 웅덩이, 꼬리를 물기 위해 빙글빙글 도는 행동으로 오직 유형재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흐르는 시냇물, 앞으로 달리는 행동의 불사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통도사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권고의 물이 들어올 때, 통도사학춤의 배도 같이 띄워 유·무형의 자산이 함께하는 불사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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