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호국보훈의 달에
[목회일기]호국보훈의 달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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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분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2년 서해교전 당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큰 상처를 입고 고통 속에 소리를 지르다가 두 달 후 싸늘한 시체로 어머니 품을 떠난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 씨가 아들을 그리워하며 쓴 글을 함께 가슴 아파하면서 소개한다.

“내 아들아!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니? 아들아 잘 지내고 있니~ 오늘도 엄마는 너의 이름을 불러본단다. 네가 너무나 아파했기에 쓰리고 저미어 오는 가슴 가눌 길이 없구나.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너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차마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고, 성한 데라고는 머리하고 왼손뿐이었어~ 22개나 되는 링거 줄에 의지하고 수많은 기계들~ 3일 만에 죽었다가 심폐기능소생 기술로 살아났다고 하더라.

한 달 만에 의식을 찾은 내 아들~ 파편 때문에 대장은 망가졌고, 소장은 일곱 군데나 꿰매고, 배는 오픈시켜 반창고로 붙여놨고, 허리는 끊어졌고, 왼쪽 척추에 큰 파편이 있고, 화상으로 인해서 푹 패어 그 밑에 인공항문~ 오른쪽 다리엔 신경이 다쳤는지 감각도 없고, 여기저기 파편 조각들이 상처를 내고, 오른쪽 어깨엔 총알이, 뱃속에는 파편 쪼가리가 100개가 더 있다고 하더라.

깨어나면서 찾아오는 고통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입을 벌리면서 통증을 호소하니까 입술이 다 찢어졌다. 날마다 떨어지는 저혈압, 수없이 수혈해도 혈소판은 떨어지고 생과 사가 왔다 갔다 했다. 교전 때 입은 충격으로 총알이 날아오고 죽은 대장님이 달려든다며 환청에 시달리며, 눈이 빨갛게 부어 잠 못 들고 통증과 고통에 시달리면서 힘들어하며 내 손을 잡고 울부짖었다.

침상에 누워 꼼짝도 못하는 아들~ 안쓰럽고 불쌍하고 처참했다. 다리가 없다는 걸 알았는지 왼손으로 엉덩이 쪽을 만지면서 흐느꼈다. ‘엄마, 내 다리 어디로 갔어. 저리고 아프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내 다리가 없어졌다.’ 이런 현실 속에서 너와 우리 가족은 피눈물을 토했다.

네가 왜 총 맞고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하냐고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 너는 물만 한 모금 삼켜도 장출혈이 심했다. 밤이 되면 통증은 더 무섭다고 했다. 긴 밤을 꼼짝도 못하고 뜬눈으로 지새우는 아들. 뼈에 사무치는 고통 때문에 차라리 엄마가 아프고 싶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약간 호전되더니 점점 심해져 2002년 9월 1일 중환자실로 내려갔다. 엄청난 상처를 안은 채 9월 20일 새벽, 아들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그 힘든 통증 속에서도 몇 달이라도 살아준 내 아들이 고마웠다.

대전에 너를 묻고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엄마는 왜 이리 슬프고 초라한지 서글퍼진다. 2002년은 힘들고 고통을 주는 씁쓸한 한 해였다. 내 응어리진 가슴에 한을 남겼다. 무슨 약으로도 치유가 안 된다.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아 버렸다. 새해가 밝아오지만 아들에 대한 보고픔은 더욱 간절했다. 한국 주둔 미군 사령관이 위로의 편지를 보내 왔다. 최고의 대우와 예우를 한다던 정부와 기관은 편지는커녕 전화 한 통 없다.

모 신문 인터뷰에서 국정원 내정자라고 한 서OO 교수는 서해교전은 김정일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죽었단 말인가. 많은 상처를 안은 부모의 마음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올라 청와대 민원실로 전화했다. 이런 미친 인간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내정자로 뽑으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중략)”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육이오 전쟁과 아웅산 테러, 칼기 폭파, 판문점 도끼만행, 서해교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수많은 도발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 한 북한 정권에 대해 책임은 묻지 못할망정 북한의 만행을 우리 정부나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나라를 지키다가 희생한 유가족들의 가슴에 두 번 못 박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은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도발을 일으킬지 알 수 없으므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할 것이다.

일반적인 여객선 운항 중 발생한 사고인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오랜 세월 동안 문제를 제기하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보상했는데 나라를 지키다가 희생된 서해교전, 천안함 희생자들에게는 어떻게 예우를 했는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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