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감쪽같다’는 표현
[박정학 칼럼] ‘감쪽같다’는 표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6.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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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에 ‘꾸미거나 고친 표가 나지 않는 상태’(사전적 의미)를 ‘감쪽같다’고 표현한다. 이 말이 어디에서 나왔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후세 사람들이 추측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은근하게 살짝 드러내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들어있다는 멋진 해석도 있다.

사전에는 ‘감쪽’이라는 단어가 없고, 실제 생활에서도 다른 말과 연결되어 사용되지는 않고 오직 ‘같다’와만 연결되어 쓰이는 점으로 미루어 널리 쓰이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또 ‘감쪽과 같다’를 줄인 말일 것이라는 짐작이 가기도 한다. 따라서 ‘감쪽’이 뭐냐를 알면 된다.

‘감쪽’은 과일인 감(?)을 말려 만든 곶감의 쪽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곶감은 아주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빨리 먹어치우고 흔적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말끔히 처리한다는 데 착안하여 ‘감쪽같다’는 말이 나왔다는 설이다. 그런데 이 설은 곶감이라고 하지 않고 곶감의 쪽이라고 표현한 이유나 사전에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는 ‘감쪽’을 ‘감을 쪼갠 한 부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감’을 잘랐다가 다시 맞추어 놓으면 쪼갠 자국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별 표가 나지 않으므로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아무 표도 나지 않는다는 의미의 비유적 표현’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의미라면 ‘사과쪽’ ‘배쪽’이라는 말도 있을 법한데 그런 말은 없는 것으로 보아 억지 추리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어릴 때 보았지만, 감나무는 고욤나무에다 접을 붙였다. 그래서 감나무 가지를 다른 나무그루에 접붙이기를 하는 ‘감접’이 ‘감쪽’이 되었을 것으로 보는 설도 있다. 『조선말큰사전』(1947)이나 몇몇 큰 사전에 ‘감접같다’가 실려 있고, ‘여기서 감쪽같다는 말이 나왔다’는 유래설명까지 해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또, 일부 지방 방언에 ‘감쩍같다’는 말이 있음을 들어 ‘감접’이 감쩝→감쩍→감쪽으로 변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 변화에 대한 어문학적 타당성은 부자연스럽다.

얼마 전에 ‘고맙습니다’의 의미를 소개하면서, ‘고마’가 진정한 신이란 의미라고 밝혔는데, ‘고마’가 후에 ‘곰’ ‘감’으로 변전했으며, 우리나라 신화에서 창조주는 대체로 여성이란 것도 함께 소개한 바 있다. 이 ‘감’이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가미’로까지 바뀌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가미가제(神風) 특공대의 이름이 지어질 정도로 ‘감’은 ‘신(神)’을 의미한다.

수원대학 명예교수인 천소영 박사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우리말의 속살』 등 여러 저서에서 ‘감쪽’을 창조신인 여성과 연결시켰다. 창조신이 여성이므로 ‘감쪽’은 여성이 가진 ‘쪽(?)’을 말하는 것인데, 그 여성의 쪽(=감쪽)은 생명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성스러움, 신령스러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부부관계를 한 후에도 별다른 흔적이 없는 특징이 있다.

바로 우리 조상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신성을 감춰놓고 있으면서도 표내지 않는 창조기능을 은유적으로 비유하여 ‘감쪽같다’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러니 그 말을 사전에 그대로 올리기도 쑥스러웠을 것이고 다른 데에 함부로 쓰여져서도 안 된다고 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 조상들의 맛깔스럽고 은근하게 표현하는, 감탄할 만큼 번뜩이는 지혜를 ‘감쪽같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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