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우울증
연말 우울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2.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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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어질 무렵이면 해거름이 서쪽 하늘을 불태우듯 물들입니다.

겨울이라 일찍 찾아든 어둠 속,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저녁 공기의 스산함이 더해져 쓸쓸함이 한가득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온통 불 밝히고 선 빌딩의 불빛들도 외로워 보이고 그 속을 바쁘게 걷고 있는 사람들, 빡빡하게 도로를 채우고 있는 차들로 도심이 북적거려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퇴색된 낙엽들이 뒹구는 모습일 때가 있습니다.

아마 지금이 한해를 매듭지어야하는 연말이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거겠지요.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따뜻한 봄도 뜨거웠던 여름도 있었건만 그때의 기억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왜 마치 겨울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차가운 바람에 을씨년스러운 기억들만 가득한 걸까요?

연말 우울증이 그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불빛이 도시를 수놓는 연말! 남들은 즐겁고 흥겨워 보이는데 나만 거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듯한 소외감, 그리고 무엇보다 올 한해동안 이루어놓은 일 없이 그저 나이만 한살 더 먹는 것 같아 서럽기만한 마음이 드는 증상을 연말 우울증이라고 하는데요, 어려워진 경제 환경 탓에 올해는 유난히 더 연말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거치면서 마음먹은 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해를 보내면서 “정말 한해를 잘 살았다” 여긴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한결 마음의 부담이 덜합니다.

늘 최선을 다했지만 더 잘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더 나은 내일을 꿈꿨다는 점을 생각하며 힘을 내어봅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08년입니다.

삶은 믿는 그 모습대로 그려진다고 하지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 크게 기뻐하며 우울한 연말을 날려 버려보세요. 힘들고 어려운 것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점을 찾아내 그것으로 행복해 하는 시간을 만드는 노력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연말을 맞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어떨까요. 일단, 나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릴 수 있어 좋고, 타인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보람도 느낄 수 있어 의미있는 연말을 만들 수 있어 좋겠지요.

그리고 춥다고 웅크려 지내지만 마시고 야외 활동을 늘여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연말 우울증은 햇빛이 줄어드는 계절적인 요인에 심리적인 요인이 더해진 거라, 적당한 운동을 하며 심신을 단련시켜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요즘 송년회 자리가 많을텐데요. 서로 덕담을 나누고 격려해주는 기회로 송년회를 활용해도 좋을거예요. 놀고먹는 식의 흥청망청 송년회 말구요. 신나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송년음악회나 콘서트장을 찾아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또 연극이나 전시 등의 문화가 현장에서 연말 스트레스를 날려도 좋겠지요.

그리고 새해를 준비하면서. 마음을 전할 지인들이 누가 있나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평소 전하고 싶었던 감사의 마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이 기회에 손글씨로 담아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면 이걸 기회로 보다 돈독해진 인간관계를 이끌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한숨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이 있는 한 오늘 비가 내린다고 해서 오늘만 한탄하며 힘들어 할 이유는 없겠지요. 왜냐하면 오늘만 잘 견디고 나면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르는 내일이 우리에겐 있으니까요.

/ 김수연 KBS 1FM 뮤직카페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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