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체험학습공간 사제동행으로 꾸밀 것”
“이름난 체험학습공간 사제동행으로 꾸밀 것”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8.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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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성 ‘마을기업 이음공동체’ 공동대표
인성교육 겨냥한 ‘곰동네 체험학교’
공유·소통 기치 내건 청소년 공간
게시판엔 아이들 꿈·희망 빼곡
고교 때 맺은 사제지간 인연
페스탈로치 스쿨 교
▲ 강대성 ‘마을기업 이음공동체' 공동대표.
▲ “이름난 체험학습공간 사제동행으로 꾸밀 것”
웅촌 옛 지명서 따온 ‘곰동네 체험학교’

‘熊村’(곰熊·마을村)이란 지명에서도 짐작이 가듯 울주군 웅촌면(熊村面)에는 일제강점기만 해도 곰(熊)이 살고 있었다. 면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부산(大富山) 자락 골짜기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페스탈로치 스쿨- 곰동네 체험학교’도 실은 그 이름을 곰골[熊谷]이란 옛 지명에서 따왔다. 체험학교의 이정표 격인 대복주유소의 바로 뒤편 ‘웅촌로 669번지’는 1980년대만 해도 ‘곰동네 가든’이란 오리백숙집이 은밀한 손님들로 북적거리던 곳이다.

‘곰동네 체험학교’(=‘곰동네 체험학습원’)는 지난해 5월 행정안전부가 마을기업으로 지정한 ‘이음공동체협동조합’이 그 두 달 뒤 ‘공유’와 소통’을 기치로 내걸고 문을 연 청소년 체험학습 공간이자 인성교육의 도량. 5년 전부터 곰골에 마음을 빼앗겨 체험학교 터전 넓히기에 여념이 없는 마을기업 공동대표 강대성(51, 인테리어사업가)씨를 지난 26일 오전 일찍 만났다.

인터뷰가 진행된 레스토랑 ‘숲속 작은 카페’에는 페스탈로치 스쿨의 초대 교장이자 강 대표의 모교(현대공고) 은사인 박성재 선생(64, 울산시의회 의정자문위원, 전 현대학원 장학사)이 뒤늦게 자리를 같이했다.



‘사제동행의 상징’ 박성재 교장과 강 대표

대면하는 순간 속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하, ‘사제동행(師弟同行)’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

강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격의 없는 농담들이 오갔다. 어깨 나란히 하고 포즈까지 취한 사제지간에…. “선생님이 저보다 더 젊어 보이시죠? 같이 있으면 다른 분들은 학생인 줄 아세요.” 이번에는 박 교장이 한 말씀 거들었다. “설악산 소풍 가서 찍은 사진 보면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반장인지 모르겠더라.“

그럴 만도 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박 교장은 나이 가늠이 어려울 정도로 동안(童顔)이었다. 게다가 13년 아래 강 대표의 머리는 반백(半白)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희끗희끗했다.

“현대공고 토목과 2학년 때 담임선생님 하셨죠. 제자들과 같이 지하철공사 모형 만들 때 보면 손재주가 어찌나 좋으시던지. 터파기공사 현장, 사람, 자동차도 손수 만드셨지요.”

한 학년 같은 과 학생 수가 60명이 넘었던 1980년대 중반, 현대공고에서 3년 내리 반장을 지낸 강 대표를 두고 그의 은사 박 교장도 칭찬으로 응수한다. 호칭은 ‘우리 대성이’다. “우리 대성이는 남학생뿐인데도 인기가 대단했어. 키 크고 인물 좋고 말씨도 참 부드러웠지. 약간 건방진듯하면서도 속에 뭔가가 있었어. 하하.” 강한 리더십, 진한 친화력에 대한 찬사로 들렸다. 그래서일까, 강 대표는 한국방송통신대(행정학 전공) 재학 중에 총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기술만으론 허전하다 싶어 선생님 초빙”

고교 때 은사를 페스탈로치 스쿨 교장으로 모신 뒷얘기도 듣고 싶었다. 강 대표가 모신 동기를 털어놨다. “체험학습 학교에서 제가 맡은 분야는 목공 기술인데 체험활동 나오는 아이들한테 못질만 가르치다 보니 왠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궁리 끝에 나온 것이 ‘손재주를 넘어 교육철학을 접목시켜 보자’는 생각이었고, 지난해 7월 개교하면서 선생님을 모시게 됐지요. 이젠 정말 든든합니다.”

박성재 선생님을 교장으로 초빙할 수 있었던 것은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진 사제지간의 끈끈한 연(緣) 덕분이기도 했다. “저하고 같은 7회 졸업생은 물론 토목과 출신 동문들은 해마다 스승의 날(5월 15일)을 전후로 일 년에 한 번 옛날 담임선생님 일곱 분을 모시고 식사 대접하는 전통을 지금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언양 작천정에서 식당 한다는 토목과 5회 졸업생 박광수 사장도 선생님 대접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양반이라고 했다.

강 대표가 은사인 박 교장의 마을기업 사업 동참으로 얻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으로선 한 건도 성사시키기 어려운 일이 일선학교 관계자 교섭. 그러나 박 교장은 급수가 다르다. “발이 워낙 너르다 보니 한 번 나가시면 뭐라도 꼭 물고 들어와야 직성이 풀리실 겁니다.”

학교 교섭은 체험교실의 빈자리를 채워줄 학생 유치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 지난해 7월 개교한 이래 올 상반기까지 체험교실을 거쳐 간 학생들의 소속 학교만 해도 굴화·상북·문현·신복 초등학교를 비롯해 열 손가락에 가깝다. 앞으로 학생을 단체로 보내주기로 한 학교도 갈수록 늘어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5월 30일엔 두남중고등학교 학생 40여 명이 찾아와 ‘나만의 책꽂이’를 만들어 가쳐갈 참이다.



도자기공방에서 시작, 과목 계속 불어나

사제지간 대화 중간에 나온 ‘부드러운 말씨’에 귀가 솔깃해 고향이 어딘지 넌지시 물었다. 강대성 대표가 태어난 곳은 충북 괴산. 사촌동생 소개로 만난 6년 연하의 부인 김미가(45)씨도 고향이 같다. 둘 사이에 1녀 1남을 두었다면서 가족 얘기도 들려준다. “큰딸은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 가 있고, 아들은 미용고등학교 1학년인데 꿈이 ‘애견미용사’라는데 적극 밀어줄 생각입니다.”

따지고 보면, 곰골에 정을 붙인 것은 도자기에 애착이 많은 여동생의 뜻과도 무관치 않다. “5년 전 이맘때(2013년 5월), 주유소 건물의 놀리는 공간 7평을 빌려서 여동생에게 도자기 공방을 차려준 것이 시작이었죠.” 얼마 안 가 목공예 공방이 들어가면서 1년 후엔 50평으로 늘어났다. 체험과목에 도자기, 목공예에 이어 부채아트, 천연염색, 천연비누, 건전 먹거리 만들기도 이름을 올리면서 자연스레 강사진 규모도 같이 불어났다.

체험학습 성수기는 학생들이 학교 바깥 활동을 하기 쉬운 4∼5월과 9∼10월. 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데가 적지 않다. 체험학습을 제대로 시키자면 일정을 1박2일은 잡아야 하지만 숙소도 아직은 엄두 밖이다. 그래서 장만한 것이 1인용 텐트 30개다. 이 모두 현대학원 재직 시 ‘아이디어뱅크’로 통하던 박성재 교장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했다. 페스탈로치 스쿨에서 차지하는 박 교장의 무게감은 대부산만큼 커 보였다.

카페 울타리를 잠시 벗어나 바로 옆 방 ‘숲속 작은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네모반듯하지 않고 비뚤어진 벌집 모양을 한 서가가 눈길을 끈다. 강대성 대표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작품이었다.



한 아이의 소망 “영어 잘해 통역사 될 것”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일행은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야에 곧바로 들어온 것은 체험 나온 아이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이 빼곡히 매달린 소망게시판, ‘곰동네 체험마을’.

“나는 영어를 잘해서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굴화 33 김미주.” 곰동네와의 연결고리를 맺어준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이 살짝 힌트를 건넨다. “아마 강경화 외무부장관을 떠올렸을 거예요. 강 장관이 동시통역사 출신이거든요.”

이밖에도 아이들의 소망은 참 다양했다. “곰동네 파이팅” 뒤끝에 ‘곰 조심’이라고 재치 있게 적어 넣은 굴화초등 임OO 어린이는 해맑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곰동네에 놀러 오세요. 컵 만들기 재미있어요. 2018년 4월 29일”이라고 적은 김승진 어린이,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빠 기분 좋게 해주고 집과 맛있는 것도 사줄 거예요”라고 적은 무명의 어린이, “나는 친절한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며 이름 대신 하트 표시를 잔뜩 그려 넣은 어린이의 소망에 이르기까지…. ‘굴화초 3319 정아인’ 어린이는 제법 전문가 기질이 엿보이는 희망사항을 적어 넣기도 했다. “저는 애니를 그리는 멋진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또 저는 일상생활, ASMR, 병 맛(?) 영상을 찍는 인기 있는 유튜버가 되고 싶습니다.”

박가령 단장이 한마디 더 거들었다. “다녀간 학생들은 한결같이 ‘다시 오겠다.’ ‘부모님도 모시고 오겠다’는 말들을 남기고 간다고 해요.”



목화도 심었지만… 아직은 미완의 체험학교

다음 발길이 닿은 곳은 산자락 골짜기를 따라 산중턱으로 400m나 이어지는 솔숲 체험길. 체험학습 건물을 지나니 아름드리 소나무 간다 해서 ‘소망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강우 흔적이 남이 남아있는 산책길은 중간 중간에 패인 구덩이 때문인지 그리 순탄한 느낌만은 아니다. 강 대표도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서둘러야 할 일이 흙으로 길을 고르는 작업입니다.” 체험길이 끝나는 지점 계곡에선 굴삭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여름 장마철에 대비한 것으로 보였다.

되돌아오는 길에 보니 군데군데 빈터에 파릇파릇한 풀이 돋아나 있다. 솜을 타는 데 소용되는 ‘목화’였다. 지난 4월에 심었다면서 강 대표가 말을 이어 갔다. “초등학교 5학년 국사책에 나오는 문익점 선생의 목화씨 이야기가 체험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1천 포기쯤 심었는데 첫해여서 그런지 생존율이 20%밖에 안 되어 보입니다. 올가을 꽃 피는 걸 보고 내년에는 좀 더 무성하게 자라도록 신경 쓸 참입니다.”

그랬다. 아직은 미흡한 구석이 적지 않아 보였다. 체험학교를 번듯하게 꾸미려면 뒷받침이 넉넉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계제가 못 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체험학교가 재정적으로 플러스 되는 사업은 아니지요. 학교 수입으로 수도요금, 전기요금 내고 나면 적자 신셉니다. 모자라는 재원은 우리 대성이가 인테리어사업 해서 충당하고는 있지만 성격이 너무 여리다 보니 사정 딱한 고객이라도 만나면 손해 보면서도 쓴 소리 한마디 못하니….”

그의 은사 박성재 교장의 푸념 섞인 귀띔이었다. 그러나 강 대표는 힘주어 말한다. “두고 보십시오. 울산에서 이름난 체험학습 공간으로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요.”

강대성. 원목가구를 비롯해 책상, 책장, 침대, 테이블 등 목공예 제품의 주문제작에 매달려온 그는 요즘 양산시 서창에 있는 황토집 짓기 교실 ‘나무와 흙’에도 기술을 배우러 다닌다. 곰동네 체험학교를 생각하면 ‘돈 되는 일’의 가짓수를 더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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