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음주(飮酒)’ 여담(餘談)
뒤끝작렬 ‘음주(飮酒)’ 여담(餘談)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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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을 받는 넥센 히어로즈의 박동원과 조상우 선수가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열 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먹은 술은 사고주(事故酒)인 셈으로 음주의 책임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상사가 부하에게 주는 하사주(下賜酒)도 있고, 제조방법에 따른 폭탄주(爆彈酒)도 있다. 음주(飮酒)란 술을 섭취하는 것으로 적당하면 삶의 쉼표지만 과하면 만악의 근원이요 삶의 마침표가 된다.

영웅호걸이 수없이 등장하는 <삼국지>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장비의 ‘술탐’에 대한 설명이다. 유비나 관우에 비해 명석하지는 않지만 용맹한 장비의 일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장비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마시는 주당이지만 술을 적절히 자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하에게 살해당하며 결국 촉나라가 멸망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장비에 버금가는 한국인들의 음주 방식은 이른바 ‘폭탄주’이다. 폭탄주란 어느 한 종류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맥주, 소주, 양주, 심지어는 포도주까지 섞어 만드는 술로, 폭탄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심하게 취하게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맥주를 따른 컵에 양주를 담은 잔을 넣어 만든다. 제정러시아 때 시베리아로 유형 간 벌목노동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보드카를 맥주와 함께 섞어 마신 것이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1960∼1970년대 미국에 유학 간 군인들이 들여와 확산되었다. 이후 1980년대 초 정치에 나선 군인들이 정치계와 법조계, 언론계 인사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들어 마시면서 음주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접대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폭탄주가 다른 술을 마셨을 때보다 더 취하게 하는 것은 알코올의 농도와 관계가 깊다. 과학자들은 알코올의 농도가 약 20% 정도일 때 우리 몸에 가장 빨리 흡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알코올 농도 40%의 양주와 4.5% 정도인 맥주가 섞이면 그 농도가 약 20% 정도로 희석된다. 그래서 두 종류 이상의 술을 섞은 폭탄주를 마시면 알코올이 우리의 몸에 빨리 흡수돼 빨리 취하게 된다.

과거 방송에서는 드라마나 영화를 제외하고는 음주 장면이 나오는 걸 매우 껄끄럽게 여겼으나 요즘은 트렌드가 변한 건지 예능에서 음주 장면이 거리낌 없이 나오고, 아예 ‘인생술집’같이 음주가 들어가는 방송도 있다. 애주가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회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 효과적이다. 반대로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사회생활의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과음할 경우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므로 음주 시에는 적당한 양을 섭취하고 동석한 사람에게 지나친 권유를 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실제로 한의학 저서를 보면 “제일 좋은 약은 술이되 제일 위험한 독도 술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과유불급이자 양날의 검. 즉 너무 과하면 그야말로 민폐다. 음주는 사회적 파장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 강력사건, 주취주폭, 기물파손, 가정폭력, 아동학대, 환경오염 등 인적·물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은 가히 압도적이다. 옛날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같은 말장난은 이제 씨알도 안 먹힌다.

국민건강지침에 의하면 ‘덜 위험한 음주량’은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컵(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 정도다. 이는 하루에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양보다 약간 적은 양이며 그 이상을 과음(過飮)으로 간주한다. 흥겹게 노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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