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국립병원’ 가닥…현명한 선택
‘혁신형 국립병원’ 가닥…현명한 선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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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일부 부정적인 지역여론에도 개의치 않고 참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국립산재모병원 설립’의 꿈을 접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혁신형 국립병원 설립’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처음 계획대로 ‘국립산재모병원 설립’ 구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할 바엔 차선책이라도 붙드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시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기간 공을 들인 ‘산재모병원’ 대신 ‘혁신형 국립병원’ 설립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그 이유로 ‘산재모병원 설립 안’이 정부의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끝내 통과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실제로 경제성 분석을 책임진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응급사망자 감소편익을 비롯해 산재모병원 건립에 따른 각종 편익을 산정한 다음 종합분석을 거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최종적으로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시는 일반편익이 아닌 특수편익은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국내외 실증·연구결과까지 첨부한 보강자료를 제출했으나 KDI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한, 신뢰도 높고 자긍심 강한 국책기관과 벌이는 논쟁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승산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KDI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다. 그리고 예비타당성조사가 현 정부가 아닌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울산시에 불리한 쪽으로 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지방선거시기에 때맞춰 울산 시민사회 일각에서 ‘산재모병원’이 아닌 ‘울산 국립병원’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울산시가 온갖 미련을 다 버리고 방향타를 ‘혁신형 국립병원’ 쪽으로 돌린 것은 지극히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산재모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는 그동안 너무 높은 곳에 걸려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눈높이’ 즉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는 뜻이다. 지역 식자층에서는, 울산시민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시민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울산과기원(UNIST) 대신에 차라리 일반 국립대학이나 시립대학 설립을 추진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학처럼 병원도 ‘눈높이’보다 ‘시민친화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자는 주장으로 풀이하고 싶다.

그런 관점에서, 울산시의 이번 선택은 박수라도 받을 만하다. 시 관계자는 “예타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되 울산시민, 의료계,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는 혁신형 국립병원 설립(안)을 마련한 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추진을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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