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에 드리운 정치파업 망령
현대차 노조에 드리운 정치파업 망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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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28일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2시간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는 노조의 이번 파업이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명백한 불법인 만큼 법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다시 정치파업 총대를 맨 현대차 노조와는 달리 한국GM, 현대중공업, 현대위아 등 민주노총 산하 주요 사업장은 이번 정치파업에 불참했고, 기아차는 파업 참여 범위를 노조간부로 최소화하는 등 민노총 총파업 지침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치파업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온 현대차 노조원들 사이에선 집행부 임원 및 상집 간부들의 도박 등 일탈행위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조 간부들의 도덕성 문제를 집행부가 대충 덮고 넘어가려 하자 현장조직들은 관련자 전원 사퇴 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현장조직은 하부영 지부장이 지난 집행부 선거 공약을 위반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 지부장은 선거 당시 △도박, 폭력 등 각종 비리 간부 선출직 금지 제도화 △노동조합 중대 명예실추 및 훼손자 원 포인트 아웃제(영구제명) 등 노조 도덕성 회복 및 간부혁신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는데 실제 사건이 터지자 당사자들의 ‘사과’만으로 어영부영 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집행부가 내부적으로 ‘수신제가(修身齊家)’도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 노동이슈에 불법파업을 감행하는 것을 두고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의 줄임말 : 분위기 파악을 하고 융통성 있게 행동하라는 뜻)’도 제대로 못하는 지나친 오지랖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임금 노조가 최저임금 투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진정성 없이 팔뚝질만 해대는 웃픈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당사자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아무런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는 고임금 노조의 연대를 어떻게 생각할 지, 다른 기업 노조들이 상급단체 파업지침에 왜 불참하거나 최소한의 참여만 했는지 현대차 노조는 곱씹어보길 바란다.

끊이지 않는 도덕성 논란에다 불법 정치파업 무리수까지, 현대차 노조를 보고 있자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현대차 노조가 지금 한가롭게 정치파업이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시장 판매부진으로 자동차 재고는 사상 최대 수준에다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인센티브를 늘리다 보니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현대차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대며 수익성을 훼손하고 있고, 美 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폭탄 부과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노조에게는 남의 일인가.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가 그동안 가격 경쟁력으로 근근히 버텨왔는데 이번 관세폭탄까지 부과되면 독일이나 일본차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의 수입차 25% 관세부과가 현실화되면 국내 생산물량의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부품·협력업체 사장들은 원청사가 아무리 납품단가를 인상해줘도 생산물량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 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파업 좀 그만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노조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노조가 부품사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완성차를 생산계획대로만 생산해달라”는 이들의 소박한 바람을 무시해서야 되겠는가. 노조는 사회 양극화 해소의 책임과 의무를 기업에게만 떠넘기며, 오히려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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